[HI★초점] 박재정, 노래하길 참 잘했다

입력
2021.07.05 14:34

가수 박재정이 음악 인생 제2막의 문을 열었다. 시작이 그랬듯, 이번에도 자신의 목소리 힘만으로 일궈낸 기회다. 화려한 데뷔 후 기대보다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던 지난 8여 년 간의 아쉬움을 씻어낼 그의 비상(飛上)이 반갑다.

박재정의 출발점은 엠넷의 대표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시즌5였다. 당시 역대 '슈퍼스타K' 시즌 최연소 우승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최종 우승의 영예를 안았던 박재정은 2년 뒤인 2015년 윤종신이 수장으로 이끌고 있는 소속사 미스틱89(현 미스틱스토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가수 행보를 시작했다.

'슈퍼스타K' 우승자 출신, 그리고 윤종신 소속사 소속 아티스트라는 타이틀 속 박재정의 데뷔는 그야말로 화려했다. 이에 힘입어 활동 초반 그는 각종 예능 출연부터 소속사 수장 윤종신의 음악 프로젝트인 '월간 윤종신' 협업 등을 통한 꾸준한 음원 발매 행보 등을 이어왔다.

데뷔 이후 그가 들려준 목소리는 한결같이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고, 발라드의 감성을 오롯이 녹여낼 줄 아는 감성적인 '맛'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식 데뷔 후 그가 발매한 음원 중 대중에게 크게 회자될만한 반향을 일으킨 곡은 없었다. 그의 행보를 두고 다소 아쉬운 반응이 이어져 오던 가운데, 지난 4월 박재정은 데뷔 후 몸담아 온 미스틱스토리를 떠나 로맨틱팩토리에 새 둥지를 틀고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았다.

오디션 우승 이후 다소 다사다난했던 자신의 행보에 대해 박재정 역시 적지 않은 고민을 이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그는 "('놀면 뭐하니?' 출연 전까지) 노래를 하다가 조금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지냈다. 군대를 가려고 한 상황에서 완전히 바뀌었다"라는 솔직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슈스케5' 우승자로 데뷔했을 당시 전 시즌과 비교가 됐다. '다른 시즌은 정말 잘했는데 왜 이런 애가 우승했냐'라는 여론이 있어서 그다지 즐기지 못했다"라며 "오디션 우승 이후 생각했던 기대치보다 잘 안 되는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저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었다.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했지만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는 이어지지 않더라. 8년 동안 꾸준히 음악을 해오다가 '이제는 앞으로의 생각을 해봐야겠다 싶었다'"라고 힘들었던 그동안의 시간에 대해 담담한 속내를 전했다.

그런 그에게 MBC '놀면 뭐하니?' 출연은 그야말로 '마지막 기회'였다. 실제 박재정 역시 "어쩌면 이번('놀면 뭐하니?' 오디션)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라는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무려 8년간 묵묵히 이어왔던 노래를 향한 그의 진심과 박재정이 가진 가수로서의 재능은 드디어 빛을 발했다. MSG워너비 프로젝트는 그간 대중의 관심 밖에 있었던 박재정이라는 가수의 진가를 제대로 조명했고, 박재정은 MSG워너비 프로젝트라는 기회의 장 위에서 '물 만난 물고기'마냥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블라인드 오디션 당시 그야말로 '역대급 가창력'으로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으며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집중시켰던 그는 이견 없이 MSG워너비 데뷔조에 합류한 데 이어 본격적인 프로젝트에서도 당당히 메인보컬 급 포지션을 꿰차며 M.O.M의 조화를 이끌었다.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그의 가창력과 감성적 보컬에 쏟아진 대중의 반응 역시 '역대급'이었다. 여기에 적재적소에서 보여준 예능감과 쁘띠 뮤비(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보여준 뜻밖의 연기력 역시 그의 존재감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박재정은 자신의 무기인 '목소리'로 다시 한번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그의 노래와 목소리에 감동하고, 그가 들려줄 또 다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더 넓고, 높은 곳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일뿐인 듯하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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