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배추' 다 지나가리라? '중국산 김치' 포기 못한 음식점들

입력
2021.07.05 09:00
외식산업硏 국내 음식점 1,000곳 대상 설문조사
"중국 배추 파동 이후 수입 김치 비중 4%P 하락"
음식점 67.9% "中김치, 국산 김치로 안 바꾼다"
中 매체 "알몸 배추 파동, 韓서 한 달 만에 회복"

'알몸 절임 배추' 파동 이후 중국산 김치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한 것과 달리, 음식점들은 여전히 국산 김치보다 '중국산 김치'를 고집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많은 음식점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국산 김치로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계속 중국산 김치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4월 20~30일 국내 음식점 1,000곳을 대상으로 '외식업체 중국산 김치 파동 영향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음식점들의 수입 김치 구매 비율이 43.1%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중국 알몸 배추 파동 이전 수입 김치 구매 비율은 47.1%였다. 파동 이후에도 4%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친 것이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김치는 사실상 100% 중국산이란 점을 고려하면 중국산 김치 파동이 실생활에 별 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셈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중국산 김치 파동 이후 국산 김치로 바꿀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67.9%가 "없다"고 답했다. 자영업자들은 대체로 가격을 망설이는 이유로 꼽았지만, 품질이 괜찮다거나 고객이 별 다른 불만을 지적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중국산 김치를 고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산 김치로 안 바꾸는 이유…'고객 불만 표시 없어서' 17.6%

수입산 김치를 국산으로 바꾸지 않는 이유로 응답자의 53.2%가 '국산 김치 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중국산 김치가 괜찮다고 답한 응답자도 많았다. '현재 구매하는 수입산 김치는 믿을 만해서'를 선택한 응답자는 18%였는데, 두 번째로 많았다.

다음으로 '수입산을 이용해도 고객의 컴플레인이 없기 때문' 17.6%, '단무지 등으로 대체하고 있기 때문' 6.6%, '국내산 김치로 변경하기 번거롭기 때문' 0.8% 순이었다. '기타'는 3.8%였다.

실제 중국산 김치 파동에도 올해 김치 수입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중국산 김치를 주로 구입하는 소비처는 음식점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1~5월 김치 수입액은 5,932만4,000달러(약 673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하는 데 그쳤다.

中언론 "한국 음식점들, 중국산 김치 대안 못 찾아"

중국 매체도 최근 한국에서 알몸 배추 파동이 한 달 만에 종료됐다는 보도를 내놨다. 중국 매체인 관찰자망은 앞서 1일 '한국의 국산 김치 확산 전략이 무산됐다'란 제목의 기사를 다뤘다.

매체는 4월 알몸 절임 배추 논란으로 한국의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최근 5년 동안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음식점들이 다시 중국산 김치를 찾아 한국의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한 달 만에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한국의) 중국산 김치 의존도는 매우 높다"며 "(가격은) 한국산의 2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로 저렴해 대안을 찾기 어렵고, 품질도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음식점에선 중국산 김치를 많이 사용하지만, 한국 미디어에서 이 부분은 보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음식점들이 중국산 김치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경미 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경영난을 겪는 외식업체가 중국산 김치를 단가가 비싼 국산 김치로 바꾸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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