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자 김모(43)씨에게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돼 대기발령된 경찰 간부가 김씨로부터 수차례 식사 접대와 30만 원 상당의 명품 벨트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를 경찰 간부에 소개한 인물은 야권 유력 정치인으로 "고교 선배이자 현직 국회의원의 주선에 아무런 의심 없이 김씨를 만났다"는 게 해당 경찰 간부의 설명이다.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올 1월 말 A 총경이 포항남부경찰서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서장실을 직접 찾았다. A 총경과 김씨를 연결해 준 사람은 국민의힘 소속 B 의원이었다. A 총경과 B 의원은 고교 선후배 사이로, B 의원은 A 총경에게 김씨의 아버지를 고교 동문이라고 소개하며 친분을 맺도록 했다.
A 총경은 한국일보에 "고교 선배인 B 의원이 알고 지내면 좋을 것 같다고 알려줘 김씨를 만났다"며 "남부경찰서 관할지인 구룡포읍에서 수산업을 하는 사업가로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A 총경은 이후 김씨와 몇 차례 따로 만나 식사를 했고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A 총경은 김씨의 초대로 혼자 살고 있는 김씨의 아파트를 방문했고, 2월 말 생일에는 김씨로부터 30만 원 상당의 '몽블랑 벨트'를 선물로 받았다.
A 총경은 "김씨가 자신의 집이 경찰서 근처라며 차 한잔 하자고 해서 잠시 들른 적이 있다"며 "내 생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선물을 놓고 갔길래 나중에 열어보고 깜짝 놀라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부임하고 얼마 되지 않은 때라 김씨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고, B 의원 소개로 만나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며 "식사하고 (내가) 밥값을 낸 적도 있는데 사기꾼에게 금품을 받은 경찰 간부로 몰려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경찰서 별관 구내식당에서 A 총경을 대신해 직원 회식으로 대게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당시 대게를 배달한 포항지역의 한 수산업체 관계자는 "남부경찰서에서 단체 회식을 한다고 해서 갖다 줬다"며 "1㎏에 8만 원 정도 하는 러시아산 최고급 박달 대게였다"고 말했다.
A 총경은 대게를 받은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김씨가 냉동창고에 대게가 쌓여 있는데, 작년에도 너무 많아서 버렸을 정도라고 하길래 받았다"면서도 "공짜로 받을 수는 없어 일부 값을 치렀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일 A 총경을 청탁금지법 위반혐의로 입건했고, 경찰청은 같은 날 A 총경을 대기발령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이유를 불문하고 1회 100만 원을 초과하거나 1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