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엔 혼자 처벌 피했던 윤석열 장모... 법원은 법정구속을 택했다

입력
2021.07.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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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입건된 2015년 검·경 수사와 다른 결과
책임면제각서가 오히려 유죄 증거로 쓰여
"불법 요양병원 피해 확대 재생산에 일조"
尹 관여 정황 없지만 다른 사건 영향 전망
장모 측 "檢 수사 시작부터 끝까지 정치적"

불법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75)씨가 2일 실형을 선고받았다. 윤석열 전 총장 재임 시절 그의 가족과 관련해 제기된 여러 의혹 중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지난달 29일 출마 선언을 하며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윤 전 총장은 초반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정성균)는 이날 의료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최씨는 2012년 말 주모씨와 주씨 부인 한모씨 그리고 구모씨와 공모해 의료기관 개설 자격 없이 의료재단을 불법 설립한 혐의를 받았다. 해당 의료재단 명의로 경기 파주시에 요양병원을 개설해 2015년까지 운영에 관여하면서 22억9,000만 원의 요양급여를 부당 편취한 혐의도 있다. 현행법상 의료기관은 의료인만 세울 수 있다.

앞서 병원 개설과 운영을 주도한 주씨는 2017년 징역 4년이 확정됐고, 한씨와 구씨도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당시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입건조차 되지 않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고발 등에 따라 뒤늦게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최씨가 불법 의료재단 설립은 물론 병원 운영에도 관여한 것이 명백하다고 봤다. △최씨가 의료재단 건물 매수 계약서에 직접 서명하는 등 각종 절차에 협조한 점 △사위를 병원에 취직시킨 점 △병원 엑스레이(X-ray) 구입에 직접 관여한 점 등 구체적인 정황들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최씨는 그간 자신이 의료재단 설립에 필요한 자금 중 일부를 주씨에게 대여해 주고 공동이사장에 취임하는 것을 수락했을 뿐, 요양병원 운영에는 관여하진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그러나 "최씨가 (불법 요양병원 개설) 사실을 잘 알고도 단순히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넘어 의료재단 설립, 존속 및 운영에 관여했다"며 검찰 손을 들어줬다.

최씨는 2014년 5월 공동이사장에서 물러나면서 병원 운영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취지의 '책임면제각서'를 받았는데,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형사책임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오히려 최씨가 의료재단과 병원 설립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을 추단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고, 책임을 은폐·축소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였다"며 "피해 확대 재생산에 일조했다"고 엄벌이 필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최씨가 이날 법정구속되면서, 일각에선 2015년 수사 당시 경찰과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씨를 포함한 공범 4명 가운데 당시 최씨만 처벌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 무마 의혹을 비롯해 윤석열 전 총장이 당시 관여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날 선고 결과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정치인 윤석열'의 고행이 본격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장모 최씨는 현재 의정부지법에서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서울중앙지검에선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씨를 대상으로 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씨 변호를 맡고 있는 손경식 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 "검찰 (수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정치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24일 최씨를 기소하고 같은 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전 총장 징계 청구를 한 것을 볼 때, 윤 전 총장을 공격하기 목적으로 최씨 사건이 이용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손 변호사는 "(공범으로 지목된) 구씨와 한씨는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최씨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낸 사람들은 피해자로 취급받아 불입건됐다"며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이날 법원 주변에는 윤 전 총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유튜버와 시민들이 찾아와 "정치적 재판이다" "사법부 잘했다" 등 고성을 지르기도 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