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여권’이라 불리는 ‘디지털 코로나19 증명서’ 제도가 유럽연합(EU)에서 1일(현지시간)부터 정식 시행에 들어갔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이 증명서는 △백신 접종을 마쳤거나 △최근 진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경우, 또는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돼 항체를 가진 EU 회원국 시민에게 공통으로 발급된다. 디지털 형식, QR코드가 포함된 종이 형태, 둘 모두 사용 가능하다.
코로나19 증명서 소지자는 EU 역내를 오갈 때 별도 자가격리와 코로나19 추가 검사를 원칙적으로 면제받는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 등 공중 보건 위기 시엔 각국이 추가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27개 회원국 중 21개 나라를 비롯해 비회원국인 스위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이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EU는 코로나19 증명서가 여름철 관광 성수기를 맞아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디에 렝데르 EU 법무 담당 집행위원은 “모든 회원국이 이 증명서를 자유로운 이동뿐 아니라 국내적으로 가능한 모든 용도로 사용하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EU 역내 여행뿐 아니라 콘서트와 축제, 식당 등에 출입할 때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영국과 러시아, 포르투갈 등 유럽 각지로 델타(인도)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는 상황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코로나19 증명서가 자칫 감염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현 확산세라면 8월 즈음 EU 내 코로나19 감염자 중 델타 바이러스 감염 비율이 9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독일은 이미 델타 변이 확산세가 심각한 포르투갈에 대해선 입국을 금지했다. 독일 시민이나 거주자라도 2주 격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이탈리아도 델타 변이 비중이 99%에 달하는 영국을 대상으로 입국 규제를 강화했다. 영국발(發) 입국자는 도착 48시간 이내에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돼야 하고, 입국 후 닷새간 격리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