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7만 군중, 마스크 팽개치고 붉은 구호만 남았다

입력
2021.07.0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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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피 상징 레드카펫, 망루에서 인민영웅비 연결
역대 최대 규모 7만 운집, 마스크 벗고 비옷은 입어
전임자 후진타오 백발노인으로 등장, 習에 힘 실어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을 맞은 1일 오전,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옷을 맞춰 입은 젊은 남녀 합창단을 포함해 저마다 붉은 오성홍기를 든 당원과 시민 7만여 명이 운집했다. 고작해야 수천 명에 그쳤던 과거 당 기념행사에 비할 수 없는 역대 최대 규모다.


톈안먼 망루에서 시작된 붉은 카펫은 광장 중앙의 국기게양대를 지나 인민영웅기념비까지 이어졌다. 혁명의 붉은 피로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 형상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영광스런 공산당의 전통과 정신을 발전시켜 붉은 핏줄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장의 인파는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미 두 차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핵산 검사를 마친 데다 광장 출입 전 격리절차까지 거친 덕분이다. 코로나 위기 극복의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다만 당국은 전날까지도 지침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마스크 착용” 전망이 우세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 주석이 참석한 대중 행사를 ‘노 마스크’로 치른 적은 없다. 외교 소식통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경계령이 떨어진 전 세계 상황과 차별화된 중국의 청정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코로나는 비켜갔지만 비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행사 시작 40여 분 만에 빗줄기가 굵어지자 뒤쪽에 앉아 있던 일부 참석자들은 주섬주섬 비옷을 챙겨 입었다. 생방송으로 행사를 중계하던 중국 방송은 카메라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시 주석은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양복이 아닌 인민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2년 전 첨단 전략무기가 대거 등장했던 신중국 건국 70주년 행사와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해상 열병식 때 입은 복장이다. 1949년 10월 마오쩌둥(毛澤東)이 톈안먼에 올라 신중국을 선포할 때는 인민복에 모자까지 썼다.


시 주석이 당 지도부와 함께 모습을 드러낼 때 정작 시선이 쏠린 건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였다. 몰라보게 달라진 백발 노인으로 나타나 기력이 떨어지는 듯 중간중간 찌푸린 표정을 지었다. 1991년 창당 70주년 때는 덩샤오핑(鄧小平), 2011년 90주년 때는 장쩌민(江澤民), 2016년 95주년 때는 후진타오 등 직전 주석이 당 창건 행사에 모두 불참한 터라 이 같은 관행이 굳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보란 듯이 후 전 주석이 참석하면서, 집권 연장 여부가 걸린 내년 10월 당 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에게 한층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시 주석은 올해 68세, 후 전 주석은 79세다.


화려한 지상 열병식은 없었지만 식전 행사로 상공에서 100년 잔치의 흥을 돋웠다. 창당 100주년을 상징하는 숫자 ‘100’ 대형으로 헬기 29대가 날았고, 젠(J)-10 전투기 10대는 7월 1일을 뜻하는 '71'을 수놓았다. 중국 독자 개발 최신 스텔스전투기 J-20 15대도 출격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일반에 공개한 역대 가장 많은 J-20”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