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동화작가 미카엘 엔데가 쓴 소설집 '거울 속의 거울'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모두가 미로 안에 갇혀 사는 세상 속에서, 날개로 날아서 미로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가 아주 드물게 누군가에게 찾아온다. 모두가 그를 부러워하고, 사람들은 그에게 부탁을 한다. "나는 평생 미로에 갇혀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지만, 당신은 나갈 수 있으니, 제발 나에게 소중한 이 인형 하나만 가지고 나가주세요." 이 소원을 뿌리칠 수가 없어서, 주인공은 사람들의 인형, 반지, 목걸이와 같은 물건들을 다 받아서 챙긴다. 단 하루밖에 주어지지 않은 시간 동안 얼른 날아서 미로 밖으로 빠져나가야 하지만, 그는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간절한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서 계속 출발의 시간이 지연된다. 드디어 날개를 펼쳐서 미로 밖으로 날아가야 할 순간이 왔을 때 주인공은 너무나 무거워져서 결국 날아오르지 못한다. 사람들이 그에게 부탁한 수많은 자잘한 물건들의 무게 때문에 그는 결국 날개가 부러지고 만다. 이제 그 역시 평생 동안 미로 안에 갇혀 살아야 할 운명이 되어 버렸다. 그를 우러러보며 제발 자신들의 삶 속 한 조각만 가져가 주기를 간절하게 부탁했던 사람들은 그를 경멸의 눈으로 바라본다. "자기만 남다른 사람인 줄 알았지? 알고 보니 똑같이 불쌍하고 비참한 주제였으면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할 수 있는 힘은 오직 내 자신 안에 있다. 나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것은 바뀌고자 하는 나의 의지이며, 그 의지가 나의 날개다. 어떤 어려운 미로 같은 상황 속에서도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는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나의 의지를 꺾을 수 있을까? 바로 타인의 시선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를 신경 쓰기 시작하면 날아오를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의 기대 하나하나에 부응하려고 하다가 보면 결국은 상처 입고 실망만 안겨주게 된다.
변화할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는 나 자신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변화는 어렵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던 나의 모습이 관성처럼 나에게 붙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예전의 모습만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과감하게 떨쳐버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뇌는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메커니즘이 다르다. 다른 사람들은 외부 감각을 기반으로 인지하는 반면, 나 자신은 내수용감각을 통해서 의식과, 감정과, 몸의 생리적 상태와, 행동하려 했던 의도까지도 모두 함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뇌는 두 종류의 감각을 하나로 묶어서 보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의 '의도'까지 파악하려 한다. 사실 타인의 '의도'는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없지만 내가 내 몸 안에서 느끼는 감각을 기반으로 타인도 그러리라 시뮬레이션해서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란 결국 그 사람이 "스스로 느끼는 자신의 일부"를 끊임없이 나에게 투사하고 있는 과정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 때로 필요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면 나라는 존재는 계속해서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의 잣대에 의해 나 스스로가 결정되어져 버리기 때문에.
나라는 존재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 나는 남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자. 자신의 특별함을 아는 사람은 어떤 미로 같은 상황 속에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 변화를 응원하자. 너도 별거 아니잖아, 어떻게든 흠을 찾아 끌어내리려 하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특별한 존재라는 걸 떠올리자. 자신의 특별함을 아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