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낙하산 사장'을 막기 위해 "공영방송 이사·사장 추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언이 이번에도 빈말이 됐다. 공영방송 임원 선임 시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방송법 개정안의 6월 처리가 무산되자 언론시민단체들은 정치권이 공영방송 장악 의도를 거두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유재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방송독립시민행동 주최 기자회견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할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16일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두 차례의 법안심사소위와 24일 마지막 전체회의 때까지 공영방송 관련 어떤 법안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자신들이 약속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제도화하기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민주당의 본심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KBS의 경우 현재 사장을 선출하는 이사회가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4명으로 구성된다. 법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권의 개입이 관행으로 계속되면서 KBS는 매번 정부·여당에 편향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처럼 공영방송이 정치권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자는 취지로 발의된 게 이번 개정안이다.
특히 오는 8월 KBS 이사회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를 비롯해 9월 EBS 이사회, YTN 사장, 12월 KBS 사장 선임이 줄줄이 예정된 만큼 언론시민단체들은 6월 내 입법을 촉구해왔다. 후보 추천 일정을 고려할 때 6월 안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새 법에 따른 임원 선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 공영방송 사장 추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6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일정인 본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까지도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다.
방송 노동자와 언론시만단체들은 "6월 국회가 대국민 '립서비스'로 끝이 났다"고 날을 세우면서도 마지막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7월 임시회를 속히 개원해 시민참여 공영방송 관련 법안을 최우선 안건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순간에도 방문진과 KBS 이사 자리를 얻으려 정치권 언저리를 기웃거리는 이들이 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부추기는 모든 행보를 당장 멈추라"고 덧붙였다.
한편 KBS 과반 노조인 KBS본부 조합원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정상화"를 촉구하면서 지난 23일부터 국회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당사를 도는 릴레이 도보 투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