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입법에 찬성하는 기독교계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법안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연속 포럼 ‘세상을 바꾸는 여름’을 개최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와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천주교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등 110개 단체가 참여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준비위원회)’은 이달 28일부터 8월 16일까지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서울 종로구 청어람홀에서 장애인과 젠더, 노동과 이주민 등 다양한 주제로 주제발표와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천주교 인권위원회를 포털에서 검색해 문의하면 참관이 가능하다.
28일에는 ‘혐오가 어떻게 도덕이 되는가’를 주제로 첫 번째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종교 중에서도 개신교와 천주교가 믿음이란 이름으로 차별을 정당화하는 방식에 대한 분석과 토론이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지혜 교수는 미국 사회가 성경을 근거로 인종을 차별해왔던 여러 사례를 소개하면서 “종교는 보편적 불변적 진리를 추구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진리가 단 하나뿐이라는 정신으로 국가를 지배했을 때는 독재와 억압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종교인도 사회의 일부로서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지만 그들이 공동체 안에 속해 있는 이상, 타인의 근본적 권리까지는 침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예컨대 인종을 넘어서 결혼한 흑인과 백인을 처벌한 ‘러빙 대 버지니아’ 사건(1959)의 경우, 결국 1967년 미국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밥 존스 대학은 성경을 근거로 인종간 데이트를 금지했다가 공익기관에 적용되는 세금 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대학은 결국 2000년에 데이트 금지 정책을 폐지한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혜령 이화여대 교수는 “혐오는 뱃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누구나 갖는 감정”이라면서 “예수님은 혐오에 저항하는 사역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예수가 ‘당대의 기준으로 생각해도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것을 넘어서서 세리 등 죄인으로 여겨지는 사람을 도왔던 것은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여러 이유로 자격을 박탈당한 사람들까지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성경에서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절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두고도 다양한 견해가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김동규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예수를 계승한 바울이 로마서에서 보여준 소수자 혐오적 발언은 성서에 근거를 한다”면서 “성서 내용이 일관되지 못함을 인정하고 성서의 각 내용을 취사 선택해서 환대를 구축해야 할지, 아니면 어렵더라도 성서 전체를 끌어안고 혐오를 넘어서는 해석을 구축해야 할지 궁금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서 김혜령 교수는 “성서의 풍부함이란 그런 구절이 존재함으로써 성서의 어떤 인물들이 어떻게 그러한 잘못을 저질렀는가 역시 우리가 해석해낼 수 있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토론자였던 박상훈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장(신부)은 “천주교의 공식교리가 성소수자를 본래적으로 무질서하다고 표현하는 한편,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등에서 성정체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는 한 차별금지법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히는 상황”이라면서 사제들이 다른 의견을 드러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그럼에도 가톨릭 윤리 신학자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차별금지법을 천주교계가 지지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