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노출 많은 7~9월 백반증 급증…비타민ㆍ엽산 보충하면 효과

입력
2021.06.28 16:50
19면

강한 자외선이 내리쬐면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이 바로 ‘백반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8~2020년) 자외선 노출이 많은 7~9월에 백반증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백반증은 전 세계 인구의 1%가 앓고 있으며, 국내 환자는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백반증은 멜라닌세포가 파괴돼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하얀 반점이 피부에 생기는 질환이다. 강한 자외선은 피부에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데, 백반증 환자의 멜라닌세포는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통증이나 가려움 등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

백반증 환자는 자외선 방어 능력이 부족한 탓에 햇빛 화상을 입기 쉬우며, 이로 인해 증상 악화는 물론 피부 노화가 촉진된다. 백반증은 전염성이 있거나 생명에 지장을 주는 질환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하얀 반점 때문에 우울감을 느끼기도 하고, 심하면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기도 한다.

발병 원인은 유전ㆍ환경 요인, 외부 자극, 항산화 효소 부족 등 복합적으로 작용해 면역 체계 이상을 일으켜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반증은 정신 건강이나 대인 관계,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한백반증학회에 따르면 백반증 환자의 53.5%가 우울감을 겪고 있으며, 45%는 피부 때문에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많은 환자가 백반증을 불치병으로 오해해 치료를 포기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백반증도 다른 피부병처럼 발병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 효과가 높다. 박경찬 의정부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다양한 채소를 섭취하면서 비타민ㆍ엽산 등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체내 활성산소 균형을 맞춰주는 ‘항산화 요법’이 백반증 예방과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섬유질이 많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채소를 중심으로 한 건강한 식습관은 백반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비타민 C 같은 단일 성분 항산화제를 과다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백반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치료는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한 뒤 도포제, 광선 치료, 엑시머 레이저, 수술 등 개인 상태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백반증 피부는 자외선에 매우 취약하므로 외출할 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낚시·등산·캠핑 등 야외 활동을 즐긴다면 얼굴ㆍ손 등에 백반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으므로 자외선 차단 지수(SPF)가 높은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해야 한다. 또 양산이나 챙이 넓은 모자 등으로 자외선을 막는 것도 필요하다.

박경찬 교수는 “백반증은 과도한 자극이나 물리·화학적 외상을 받은 부위에 발생하는 특징적 질환”이라며 “예방하려면 때를 미는 것 같은 강한 자극이나 마찰은 피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면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