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델타 플러스까지, 변이 바이러스가 속출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변이 표기와 정보가 넘치면서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각국의 방역당국이 변이 바이러스가 코로나19의 지배종이 될 것으로 전망하며 위험성을 경고하는 만큼, 변이 바이러스 관련 정보를 정리해 봤다.
변이 바이러스는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통해 생긴 면역력을 능가하는 돌연변이로, 전파력이나 치명상 정도도 기존 코로나19를 웃돈다. 높은 전파력 탓에 전 세계에 퍼지는 것도 금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한때 10% 수준이던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률이 한 달에 두 배로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변이 바이러스는 초기 진원지에 이름을 붙여 불렀다. 영국발(發), 남아프리카공화국발, 인도발 바이러스 등이 이런 이유에서 만들어진 것. 세계보건기구(WHO)는 영문과 숫자를 결합한 이름을 써왔다.
그러나 WHO가 1일부터 변이 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변이 바이러스를 그리스 문자로 줄여 부르기로 했는데, 자칫 지역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과 일반인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때 복잡한 이름이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다.
WHO는 변이 바이러스를 발견한 순서에 따라 그리스 문자를 붙이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처음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는 '알파'로, 비슷한 시기 남아공에서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는 두 번째 그리스 문자인 '베타', 1월에 나타난 브라질발 변이는 '감마'다.
4월 인도에서 시작한 변이 바이러스에는 '델타'로 이름 붙였다. 그리스 문자 24개를 모두 쓰면 다른 이름 체계를 만든다는 게 WHO의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주요 변이 바이러스 4종 중 위험성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로 크게 알파와 델타 등 두 가지를 꼽는다. 이 가운데 전파력과 질병을 일으키는 수준을 보면 델타 변이의 위험성이 더 심각하다.
2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에 따르면 알파 변이는 기존 코로나19보다 60~70% 높은 전파력을 보인다. 변이가 되면서 인체 세포에 대한 접합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 변이의 위중증 전환율도 기존 바이러스의 두 배 정도다.
문제는 델타 변이다. 델타 변이는 알파 변이의 전파력보다 60% 정도 높다. 폐 세포와 결합이 잘되는 바이러스로, 체내에 바이러스를 더 많이 생성한다. 공기 중으로 퍼지는 바이러스 배출량도 많아 전파 속도도 빠르다.
천 교수는 이에 대해 "새마을호가 있었는데 어느 시기가 되면서 KTX가 훨씬 빨라진 것처럼, 가을이 오기 전 델타 변이는 전 세계 대유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델타 변이가 확인된 곳은 92개국에 달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국제 인플루엔자 정보공유기구(GISAID)의 코로나19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에 감염된 확진자는 87%로 나타났다. 러시아나 영국, 포르투갈의 경우 신규 확진자의 90% 이상이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
전문가들이 델타 변이 못지않게 '델타 플러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델타 변이의 또 다른 변종 델타 플러스가 출현했다.
인도 최고 의료기관인 전인도의학연구소(AIIMS)의 란딥 굴레리아 소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새로운 델타 플러스는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감염자 옆을 걸어가기만 해도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델타 플러스의 정확한 전파력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인도국립바이러스연구소(NIV)의 프라야 야다브 박사는 "전염성이 더욱 강하고 폐 세포 결합 능력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델타 플러스는 코로나19 백신을 무력화할 정도의 힘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화항체를 무력화하거나 회피할 수 있게 돕는 베타 변이의 특성인 'K417N 돌연변이'까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델타 플러스는 지금까지 인도와 영국, 미국, 러시아, 포르투갈, 스위스, 네팔, 중국, 일본 등 9개국에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최대한 빨리 백신 접종을 마치는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백 명예교수는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위증증 환자가 많이 줄었다. 세계적으로 확진자 수도 감소 추세"라며 "감염을 막는 건 물론, 감염됐을 때 위중증으로 가는 비중을 상당히 낮췄다"고 말했다.
짐 맥미나닌 영국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PHS) 국장은 "백신을 2회 모두 맞아야 델타 변이의 위협에 맞설 수 있다"고 했고, 로셸 윌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 델타 변이는 또 다른 변이를 만들어 백신 효과를 더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