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지원서를 대리 작성해도 합격시켰다. 원서에 지원학과조차 쓰지 않아도 입학에는 문제가 없었다. 등록금을 안 내면 제적시켜야 하는데 버젓이 재학생으로 분류했다. 재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아도 학점을 주고, 수업을 듣지 않아도 수업을 들은 것으로 처리했다. 전남 나주의 고구려대학 이야기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의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대학 간판을 유지하려는 지방대의 어이없는 버티기 행태다.
23일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학교법인 아신학원 및 고구려대학교’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1995년 금성환경전문대로 시작한 고구려대학은 그간 학교운영이 파행에 파행을 거듭했다. 그 파행적 운영이 이번 감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우선 2017~2020학년도 4년간 입학원서에 지원학과를 아무렇게나 쓰거나 아예 비워둔 215명을 합격시켰다. 같은 기간 귀화한 신입생은 67명이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해외고교 졸업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입학 예정자 가운데 296명이나 등록금을 내지 않았음에도 이들 모두 입학처리했다.
재학생도 마찬가지였다. 등록금을 안낸 재학생 295명에 대해 제적처리하지 않고 재학생으로 이름을 올려두는가 하면, 이들이 계속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보이려고 교원 등을 시켜 이들이 수강신청을 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이렇게 '유령학생'이 넘쳐나니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다. 교수 101명은 최소 출석지수(4분의 1)가 미달된 학생 1,458명이 수강한 2,645과목에 대해 낙제인 F학점이 아니라 ‘A~D’ 학점을 줬다. 11개 학과는 평일 수업 48개 과목을 제 마음대로 주말 수업으로 바꾸는가 하면, 원거리 통학 지역 학생 970명은 수업 시수가 원래보다 적거나, 아예 결석을 해도 학점을 줬다.
고구려대학이 이렇게까지 한 것은 결국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충원율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충원율을 유지해야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모집규모를 줄이라는 압박도 피할 수 있어서다. 대학교 간판을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안간힘이다. 현행법상 법인이 사립대를 청산할 때 잔여 재산이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된다. 그 때문에 누구나 뻔히 아는 재정난을 겪으면서도 문을 닫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엄연한 불법행위다.
교육부는 이번 감사결과를 토대로 21명을 중징계 조치하고, 신입생과 귀화학생 입시원서 허위작성에 대해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