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기억하기 싫은 하루가 될 것 같다. 취임 후 5개월간 역점을 뒀던 국정 현안이 공화당의 비협조와 반대 속에 잇따라 좌절된 날이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목표에 미달하게 생겼고, 투표권 확대 법안은 미 의회 상원에서 저지됐다. 사회기반시설(인프라) 일자리 예산안 역시 도무지 진전이 없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기 전까지는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더 답답한 지점이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까지 18세 이상 미국 성인 70%가 코로나19 백신을 맞게 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 달성 실패를 인정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 기준 18세 이상 미국인 중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은 사람은 이날까지 65.5%(1억7,744만 명)에 그쳤다. 독립기념일까지 열흘 남짓 남은 상황이라 최근 접종 속도를 보면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다.
자이언츠 조정관은 “18~26세 성인이 접종하도록 설득하는 게 더 큰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을 더 많이 불신하는 공화당 지지층의 비협조도 영향이 컸다. 실제로 버몬트(85%), 하와이(83%), 매사추세츠(82%) 등 민주당 강세 주(州)는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공화당이 압도하는 미시시피(46%), 루이지애나(48%), 와이오밍(49%) 등이 꼴찌권을 장식했다. 독립기념일에 맞춰 코로나19 전쟁 승리를 선언하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공화당 지지자들이 잡는 구도가 됐다.
공화당은 이날 상원에서도 ‘국민을 위한 법안(For the people Actㆍ투표권 확대법)’ 통과를 저지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 의석수인 50 대 50으로 찬반이 갈렸다.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60명의 찬성이 필요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민주당은 3월 하원에서 유권자 자동 등록, 조기 투표 최소 2주 실시 등의 내용이 담긴 투표권 확대법을 통과시켰다. 조지아, 텍사스 등 공화당이 주의회를 장악한 주에서 투표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잇따라 통과시키면서 논란은 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1일 “민주주의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며 직접 투표권 제한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히며 숨고르기가 불가피해졌다.
6조 달러(약 6,700조 원) 규모의 예산안 협상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2조2,500억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 계획은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 속에 간극을 좁히기 어려워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가장 보수적인 조 맨친 상원의원을 21일 직접 만나고, 공화당의 온건파 의원 설득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대기업과 고소득층 증세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 구상을 반대하는 공화당 기류가 여전해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