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만나러 입국한 외국인 여성, 가족관계증명서 없다고 시설격리

입력
2021.06.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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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5개월 된 신생아와 입국한 20대 외국인 여성이 한국에 머물고 있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남편을 찾아왔지만, 가족관계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신생아와 함께 낯선 곳에서 사흘간 시설격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혼 관계면 부부로 인정하는 외국인에게 한국식 혼인관계 증빙을 요구한 것이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등에 따르면 국내 프로축구 선수와 사실혼 관계인 세르비아인 부인 A(23)씨는 지난달 31일 생후 5개월 된 자녀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가 가족관계증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시설에 격리됐다가 지난 2일 풀려났다.

철저한 방역을 위해서였다곤 하지만, 문제는 그 내용이다. A씨는 한국에 입국하면서 △자신이 어머니, 남편이 아버지로 명기된 자녀의 출생신고서 △남편이 소속된 프로축구단이 작성해 보내준 자가격리 협조 공문 △남편이 작성한 자가격리 대상자 보호 확인서 등을 방역당국에 모두 제출했다.

이만하면 남편이 한국에 정식으로 거주하고 있으며, 입국 뒤 남편 집에서 안정적으로 자가격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될 줄 알았지만 허사였다. 방역당국은 오직 가족관계증명서만 요구했고, 그게 없다고 하자 2주간 시설격리 대상자로 분류한 뒤 퇴소 불가를 통보했다.

A씨는 남편이 빨리 보고 싶고, 아이가 너무 어린데다, 세르비아어 통역사가 없는 시설격리 환경에 처하자 계속 자가격리 전환을 요구했다. 남편의 항의까지 이어지자 방역당국은 간단한 추가 서류를 받은 뒤 결국 A씨를 자가격리 대상자로 전환했다.

방역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선별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고, 국내에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등이 있으면 자가격리를 허용한다. 하지만 A씨는 사실혼 관계였고, 방역당국은 한국식 혼인관계 증빙 서류를 요구한 셈이다. 방대본 관계자는 “국내에 배우자, 직계존·비속, 3촌 이내의 관계자 정도는 있어야 자가격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를 허용한다"며 "하지만 사실혼 관계의 경우 자녀의 출생증명서 등 증빙기록이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 신생아를 데리고 있던 A씨의 불안함에 대해서는 "격리시설이 호텔이고 세르비아어는 못하더라도 영어 등 다른 언어가 가능한 이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주간 퇴소 불가'에서 항의가 이어지자 갑자기 '자가격리 전환'으로 입장을 바꾼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만 밝혔다.

이 문제는 앞으로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다음 달 1일부터 백신 접종 완료자가 친족을 만나기 위해 국내 입국 시 격리를 면제해주는 제도가 도입되는데, 여기서도 외국인 입국자의 가족관계증명을 '가족과 신청자의 결혼증명서·출생증명서·사망증명서 등을 결합해 인정한다'고 정해뒀다. 사실혼 관계면 부부로 인정하는 해외 문화를 감안하면, A씨 사례와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