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의 무리한 환불 요구와 악성 리뷰에 시달리다가 뇌출혈로 숨진 자영업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쿠팡이츠 등 배달앱 운영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배달앱 가입 점주들은 쿠팡이 가맹점과 소비자의 분쟁을 방관하고 있다며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에 대한 점주의 대응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다음 주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이츠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 등 배달앱의 무책임한 리뷰 및 별점 제도 운영이 블랙컨슈머를 양산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현장에선 점주들의 피해 사례 고발이 줄을 이었다.
허석준 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이른바 '새우튀김 환불 요청' 사건의 전말을 설명했다. 고인이 된 피해 점주 A씨는 지난달 7일 쿠팡이츠를 통해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에게 다음날 "배달된 새우튀김 3개 중 먹고 남은 한 개를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확인해보니 색깔이 이상하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 A씨가 해당 튀김 하나만 환불해주겠다고 답변하자 소비자는 쿠팡이츠 앱에 가장 낮은 평가점수인 별점 한 개와 비방성 리뷰를 게시한 뒤 매장에 4차례 항의 전화를 했다. 소비자는 A씨에게 고성과 함께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는 등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쿠팡이츠 고객센터와 세 차례 통화하며 해당 소비자에게 명확한 환불정책을 고지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점주분이 알아서 잘 해결하라" "앞으로 주의하라"는 등 책임전가성 응대를 반복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던 A씨는 고객센터와 통화 도중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며 지난달 29일 숨졌다. 허 의장은 "갑질 소비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악성 리뷰와 별점 테러를 방치하며 소비자 일방의 영향력을 키워온 쿠팡이츠의 시스템 문제"라고 꼬집었다.
쿠팡이츠와 계약을 맺은 지 18개월차에 접어들었다는 파스타집 주인 김모(44)씨는 "거짓 리뷰에 해명 답글조차 달지 못하게 해놓은 리뷰 시스템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우리 가게에선 고급 치즈에 해당하는 '그라나 파다노'만 사용하는데, 두 달 전쯤 '싸구려 모짜렐라 치즈를 뿌렸다'는 거짓 리뷰가 작성된 적이 있다"며 "사실과 명백히 다른 글이 게시됐는데도 답글을 달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쿠팡이츠에 해결책을 묻자 "고객이 그렇게 느꼈다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점주들은 배달앱 평가 제도의 시정을 요구했다. 김씨는 "쿠팡이츠는 (점주의 해명을 막는 시스템에 대해) 고객과 가게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이는 점주가 입을 피해는 고려하지 않은 채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종민 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 역시 "리뷰와 별점평가 제도는 매장 선택보다 배제 효과가 더 큰 데도 점주들에겐 일부 소비자의 갑질을 막을 권한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점주 대응권을 강화하고 객관적인 매장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쿠팡이츠가 사전 통보 없이 배달 반경을 조정해 가맹점에 피해를 끼친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양식점을 운영하는 B(39)씨는 "2주 전 주문이 많이 몰리는 점심시간대에 배달 요청이 들어오지 않아 살펴보니 배달 반경이 기존 2㎞에서 500m로 바뀌어 있더라"며 "반경 500m는 장사를 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측에 물어보니 주문이 몰릴 경우 기사 배정이 늦어져 정책상 반경을 좁힐 수 있게 돼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라며 "결국 회사가 배송지연 항의를 감당하기 싫으니 점주들의 영업권을 무단 침해한 것이 아니냐"라고 성토했다.
가맹점주협의회 등은 다음 주 공정위에 쿠팡이츠를 고발할 방침이다. 허 의장은 "유족들이 준비되는 대로 함께 나서서 쿠팡이츠의 불공정 약관을 바로잡고 상생 협약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노동자 과로사, 새우튀김 갑질, 물류창고 화재 등 쿠팡 관련 사고는 회사의 무책임에서 비롯한 사회적 참사"라며 "퇴행적 기업 운영 인식을 바꿀 법과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