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개미들, '긱 워커' 스타트업이 뜬다

입력
2021.06.22 11:1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부상한 긱 이노코미(임시직 경제)가 고용시장을 바꿔놓으면서 ‘긱 워커’를 겨냥한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이 뜨고 있다. 긱 워커란 회사에 정규직으로 얽매이지 않고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일하는 초단기 노동자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나 개발자, 각종 배달원, 번역가나 컨설턴트 등이 여기 속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정규직 채용보다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구직자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며 동시에 여러 계약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 긱 워커를 선호한다. 특히 긱 워커로 일하는 20,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해 사업을 펼치는 스타트업들도 매출이 증가하거나 대규모 투자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긱 워커와 기업을 연결해 주는 중개 스타트업들이다. 전세계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미국의 업워크는 3,500가지 분야의 긱 워커 1,2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파이버도 디자이너와 개발자 등 400여 직종의 긱 워커들이 이용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약 78% 성장했다.

2012년 설립된 크몽은 국내에서 가장 큰 긱 워커 중개 스타트업이다. 이 업체에 따르면 디자인, 개발자, 영상, 마케팅 등 400여 분야에서 총 25만 명의 긱 워커들이 이용해 거래액이 4년 간 10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이 곳을 통해 계약을 맺은 개발자, 디자이너, 영상 및 음악 전문가의 상위 10%는 연 평균 수입이 8,500만~3억4,400만 원에 이른다. 덕분에 크몽은 높은 성장성을 인정 받아 지난 4월 312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스타트업 브레이브모바일도 이사, 청소, 실내장식, 반려동물 훈련, 과외, 심리상담 등 1,000여 가지 분야의 긱 워커를 연결해 주는 중개 서비스 '숨고'로 지난 14일 32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 업체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각종 가정용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60% 이상 성장했다. 숨고의 가입자는 약 500만 명이며 누적으로 3,000만 회 이상 긱 워커들에게 일을 제공했다.

채용 플랫폼을 운영하는 원티드는 긱 워커들에게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적합한 일자리를 소개하는 '원티드 긱스' 서비스를 아예 따로 개발했다. 또 일자리 매니저인 매칭 매니저를 도입해 이들이 해당 일자리에 어울리는 긱 워커를 찾아내 계약부터 업무 진행, 정산까지 모든 과정을 1 대 1로 조율한다. 원티드 관계자는 "원티드 긱스 덕분에 등록된 긱 워커가 1년 만에 36배 증가했고 기업들의 채용 의뢰도 10배 늘었다"고 말했다.

긱 워커 증가에 맞춰 이들을 위한 스타트업 서비스도 늘고 있다. 금융기술 스타트업 엠마우스는 하나은행, 애큐온저축은행과 함께 긱 워커들에게 월급을 가불해 주는 '페이워치' 앱을 선보였다. 긱 워커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이 앱으로 출퇴근을 기록하면 일한 날짜만큼 금액을 미리 빌려 쓸 수 있다. 이후 월급을 받을 때 가불액을 제외한 나머지가 입금된다.

세무회계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는 긱 워커를 위한 세무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한다. 세금 환급액을 확인하고 수수료 3.3%를 내면 간편하게 세무신고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런 서비스 덕분에 이 업체는 올들어 65억 원을 투자받았다.

관련업계에서는 긱 이코노미 시장이 커지며 긱 워커를 겨냥한 스타트업과 서비스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는 "2025년까지 긱 이코노미의 부가가치가 2,948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외국 컨설팅 업체의 분석이 있다"며 "긱 워커 시장도 계속 커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서비스 시장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