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던 존 람(스페인)이 완치 판정 후 열린 제121회 US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람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스 골프코스 남코스(파71·7,67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6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람은 2위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우승 상금은 225만 달러(약 25억5,000만원)다.
이 대회 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2019년 US오픈 공동 3위가 최고 성적이었던 람은 이번 대회를 제패하며 스페인 선수로는 최초로 US오픈 정상에 올랐다.
스페인 선수가 남자 골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17년 마스터스에서의 세르히오 가르시아 이후 4년 2개월 만이다.
세계 랭킹 3위였던 람은 이번 우승으로 1위가 됐다. 지난해 7월 처음 세계 1위에 올랐던 람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1위 자리를 되찾았다.
17번 홀(파4)에서 약 7.5m 버디 퍼트를 넣고 우스트히즌과 5언더파 공동 1위가 된 람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는 두 번째 샷이 벙커로 들어갔지만 약 6m 슬라이스성 버디 퍼트를 그대로 성공시켰다. 6언더로 먼저 경기를 마친 존 람은 드라이빙레인지로 향해 연장에 대비한 연습을 시작했다.
운명은 우스트히즌의 17번홀에서 갈렸다. 좌측이 위험지역이라 페이드로 티샷을 시도했지만 볼이 당겨지며 페널티구역에 떨어지고 말았다. 벌타를 받은 우스트히즌은 3m 파퍼트 기회를 만들었지만 이를 놓치며 2타차로 뒤졌다.
이글을 해야 연장에 갈수 있게 된 우스트히즌은 18번홀에서도 티샷이 당겨져 러프에 떨어졌고, 247야드가 남았지만 투온을 시도할 수 없었다. 페어웨이로 공을 내보낸 우스트히즌은 세번째 샷으로 샷이글을 노렸지만 핀을 지나갔다. 우스트히즌은 버디로 마무리하며 끝내 1타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2010년 디오픈 우승자 우스트히즌은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만 6차례 하게 됐다. 5월 PGA 챔피언십에 이어 올해만 메이저 두 번째 준우승이다.
연장을 대비해 연습을 하다 휴대폰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존 람은 아내와, 대학 선배인 필 미켈슨과 포옹하며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람은 이달 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3라운드까지 6타 차 단독 1위를 달려 우승을 눈앞에 뒀으나 3라운드를 마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나와 기권했다.
올해 4월 첫아들을 얻고 아빠가 된 람은 미국 아버지의 날인 20일에 메이저 왕좌에 올라 더욱 의미 있는 우승이 됐다. 람은 지난해 8월 BMW 챔피언십 이후 10개월 만에 PGA 투어 6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8번 홀(파3) 티샷이 홀인원이 될 뻔했을 정도로 홀 바로 옆에 떨어지며 버디를 잡았다. 전반이 끝났을 때만 해도 단독 1위까지 올라갔던 디섐보는 후반 들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11, 12번 홀 연속 보기로 선두에서 내려왔고 13번 홀(파5)에서는 티샷 과정에서 몸의 중심을 잃고 공이 오른쪽으로 밀리는 바람에 2타를 더 잃었다. 선두 경쟁에서 밀려난 디섐보는 17번 홀(파4)에서만 4타를 더 잃고 20위 밖으로까지 밀려났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임성재(23)가 5오버파 289타로 공동 35위, 김시우(26)는 6오버파 290타로 공동 40위에 올랐다.
5월 PGA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대회 사상 최초의 50대 챔피언이 된 필 미컬슨(미국)은 11오버파 295타, 공동 62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