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서 화이자 맞을까, 기다렸다 AZ 맞을까...교차접종 앞둔 고민들

입력
2021.06.1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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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정부가 시행하겠다고 한 코로나19 백신 ‘교차접종’을 두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대상자들이 교차접종 여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신 수급 상황이나 접종 연령 제한 등 향후 상황에 따라 교차접종을 더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해외 연구들도 속 시원한 해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①원치 않으면 AZ 기다리라는데...간격 늘고 물량도 불확실

교차접종 대상자는 4월 19일부터 5월 8일 사이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을 1차 접종한 방문 돌봄 종사자, 의원·약국 종사자, 경찰·해경·소방 등 사회필수인력, 만성 신장질환자 76만 명이다. 이들은 이미 예약된 2차 접종 시기에 AZ가 아닌 화이자 백신을 맞도록 접종계획이 수정됐다.

강제하는 건 아니다. 추진단은 “교차접종을 원하지 않을 경우 기다렸다가 7월 19일 이후 AZ 백신을 맞으면 된다”고 안내했다. 결국 선택에 맡기겠다는 얘기인데, 대상자로서는 난감할 수 있다. 교차접종은 시행하는 나라가 캐나다와 유럽 일부인 데다 효과나 안전성이 아직 명확히 확립되지 않았다. 3분기 접종계획 발표 전까지만 해도 정부 역시 교차접종에는 과학적 근거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교차접종 대상자 가운데 4월 중순 AZ 1차 접종을 한 사람들은 7월 19일까지 기다리기도 애매하다. AZ 백신의 접종 간격 최대 기간인 12주가 넘어가기 때문이다. 추진단은 접종 간격을 1~2주 정도 넘겨 접종하는 건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상자로선 불안할 수 있다.

교차접종은 3분기용 AZ 백신 공급이 늦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결정된 측면이 크다. 19일까지 기다리면 AZ 백신이 충분히 확보될지 아직 불확실하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공급 문제가 엮여 있는 만큼 고위험군의 경우 접종을 늦추는 것보다 교차접종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②면역효과 높은데 이상반응 많다?... 해외 연구 믿을 만한가

18일 캐나다 국가면역자문위원회는 AZ 백신 1차 접종자가 2차 접종을 할 때 우선적으로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맞을 것을 권고했다. 지난 1일 '교차접종도 가능하다'고 한 방침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독일·영국·스페인 등은 이미 AZ와 화이자 백신을 교차접종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18~59세 441명이 AZ와 화이자 백신 교차접종을 했는데, AZ 백신 1회 접종 때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중화항체가 7배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AZ·화이자를 교차접종한 사람들의 34%가 피로도, 주사 부위 통증, 오한, 두통 같은 이상반응을 경험했다. AZ로 2회, 화이자로 2회 접종한 사람들에서의 비율(10%, 21%)보다 높았다. 발생한 이상반응이 대부분 경미한 증상이었다고 하지만, 수치가 꽤 차이 난다.

국내 연구 결과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국립보건연구원이 400~500명을 대상으로 AZ·화이자 교차접종 임상연구를 진행 중인데, 모더나 등 다른 백신을 활용한 교차접종 연구도 예정만 돼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교차접종하든, 기다렸다가 AZ를 맞든 예방 효과에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③AZ 제한 연령 상향, 부스터 샷…교차접종 더 해야 할 수도

교차접종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국내에서 AZ 백신으로 1차 접종한 30대 2명에게 드문 이상반응인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한 명이 숨지면서 AZ 백신의 접종 제한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전문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AZ 백신 제한 연령대가 상향 조정되면 이미 AZ로 1차를 맞은 젊은 층의 교차접종이 불가피하다.

면역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향후 코로나19 백신 역시 독감 백신처럼 주기적으로 맞아야 할지 모른다.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유행하면 추가 접종(부스터 샷)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는 어차피 교차접종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훈 교수는 “변이 유행을 막고 면역 지속 기간을 늘리기 위해 부스터 접종은 필연적”이라며 “내년에 거의 모든 나라에서 1회 정도의 부스터 접종을 고려할 텐데, 3차례 모두 같은 백신으로 맞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