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앤루니스 부도 피해액 200억 추산... 출판계 휘청 불가피

입력
2021.06.18 15:59

대형 서점 반디앤루니스를 운영하는 서울문고 부도로 인한 피해 금액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전날 김동국 서울문고 대표와 면담한 결과 미도래 어음을 포함한 피해 금액이 2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18일 밝혔다.

서울문고의 부도 소식은 16일 알려졌다. 1988년 설립돼 교보문고·영풍문고와 함께 국내 3대 대형서점이었던 반디앤루니스를 운영해온 서울문고가 최근 극심한 경영 악화 끝에 어음을 막지 못하고 최종 부도 신청을 한 것이다. 이날까지만 해도 당일 갚아야 할 1억6,000만 원 상당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는 내용만 파악되고 제대로 된 출판사 피해 현황은 집계되지 않았다.

그러나 17일 김동국 대표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미도래 어음 73억 원과 출판사에 지급해야 할 잔액 120억~130억 원을 합친 200억 원이 피해 금액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 출판사만 3,000개 이상이라 서울문고 부도로 인한 출판계 연쇄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문고 부도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때 일부 출판사와 총판에서 반디앤루니스 서점을 찾아 책의 강제 반출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출판사와 서점 간 도서 공급은 구매와 납품이 아닌 위탁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점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받아 진열한 뒤, 판매된 책에 대해서만 대금을 지불하고 팔리지 않은 책은 출판사에 그대로 반품한다.

때문에 서점이 부도날 경우 출판사들은 책 대금을 지급받지도 못하고, 책마저 은행 등 주요 채권자에게 압수당하는 걸 눈뜨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앞서 대형 서적 도매상인 보문당과 송인서적 부도 당시에도 출판사들은 채권자로부터 자신들의 책을 되사야 했다. 때문에 출판사 입장에서는 매장에 남아있는 책이라도 지켜내려 강제 반출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서울문고 측에서는 주채권기관에 알리고 물류센터와 매장에 남아있는 도서 반출에 합의하기로 했다. 21일 반디앤루니스 신세계강남점 매장 재고 반출을 시작으로 건대, 여의도, 목동 등 매장에서도 책 반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물류창고에 남아있는 10만~12만 부 내외의 도서와 매장에 남아있는 재고를 합치면 66억 원어치 남짓이다. 그러나 재고 도서가 출판사에 모두 회수된다 해도 훼손 여부 등을 감안하면 실제 되팔 수 있는 도서는 거의 없을 것으로 출판계는 보고 있다.


이창섭 대한출판문화협회 유통 담당 상무이사는 "약정 공급가로 따지면 200억 원 규모지만, 권당 1만 몇 천 원 남짓인 정가로 따지면 약 350억 원 상당의 책이 이번 부도로 팔 수 없게 되는 셈"이라며 "출판사 개별 손실로만 따질 게 아니라 출판계 전체의 심각한 피해로 인식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주채권기관은 회생절차를 개시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회생절차 후에는 M&A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국 대표는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까지 물류와 매장 재고는 출판사의 재산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장부 현황과 재고 열람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계는 이번 부도 사태와 관련해 채권단 대책회의를 구성해 대응할 예정이다.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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