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며느리가 그렇게 보고 싶냐?"
16일 차별금지법 제정안(평등에 관한 법 제정안)을 공동발의한 더불어민주당 A의원의 휴대폰에 이런 문자메시지가 왔다. 성적지향을 포함한 모든 영역의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면 '당신 가정에도 성소수자가 들어올 수 있다'는 황당한 협박이다. A의원은 요즘 이런 문자를 하루에 최소 50통씩 받는다.
'차별금지법의 시간'이 다시 오자, '문자폭탄'이라는 불청객도 함께 나타났다. 차별금지법은 14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10만 명의 동의를 얻고 민주당 의원 22명이 법안 발의에 동참하면서, 14년 만에 최대의 입법 동력을 얻었다. 문자폭탄은 이런 흐름을 끊기 위한 공격이다. 법안 발의에 동참한 의원들은 "이번에야말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문자폭탄의 내용은 차별금지법이 막으려는 차별과 혐오를 역설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평등에 관한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날아오는 문자의 내용을 보면 평등법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문자폭탄에 담긴 차별적 시선은 소수자들이 상시적으로 당하는 폭력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차별 금지법 제정→국가 붕괴'라는 논리 비약도 깔려 있다. 차별금지법이 종교에 따른 차별을 막는다는 점을 문제 삼아 "기독교인 박해법"이라거나 "이슬람에 나라 주권을 팔아먹는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이슬람에 찍힌 의원은 이슬람을 위해 법을 발의하지 않으면 살해 위협을 당하게 된다"는 궤변을 앞세우기도 한다.
조직적 공격은 의정활동에 지장을 준다. 이상민 의원은 "약 2주 전부터 똑같은 내용의 항의 문자와 전화가 쏟아진다"고 했다. 이 의원의 사무실 전화는 16일 이후 먹통이 됐다. 평등법 발의에 동참한 박주민 의원은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는데,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진동이 쉴 새 없이 울린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발의 당시 휴대폰은 쓰기 어려운 정도였고,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의원실로 집요하게 전화가 와서 보좌진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이런 저항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상민 의원은 "법안 철회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2013년 2월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의원 51명이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가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로 두 달 만에 법안을 철회했는데, 이번엔 다를 거란 얘기다.
장혜영 의원도 "이런 힘듦을 견디면서 가는 자긍심도 있다. 이유 있는 괴로움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추가 법안 발의도 예정돼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조만간 별도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려고 한다"며 "국회가 열리지 않는 7월을 지나 8월부터 법안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