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는 댓글을 단 육군 병사가 ‘상관 모욕죄’로 징역 6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현 정부 들어 현역 장병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모욕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전 비슷한 모욕죄 혐의를 받은 민간인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문 대통령이 고소를 취하한 적이 있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육군에 따르면 제2작전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최근 문 대통령 관련 기사에 두 차례 비방 댓글을 올린 A상병에게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정도가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뤘다가 기간이 지나면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되지 않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사실상 실형은 면했지만 상관(군통수권자)에 대한 모욕 혐의 자체는 인정된 셈이다.
A 상병은 지난해 7~12월 문 대통령 관련 기사 게시물에 두 차례 악성 댓글을 작성했다. 광화문에서 문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린다는 기사를 공유한 SNS 게시물에 “문○○이 탄핵”이라고 적었고, 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학조사에 군을 투입한다는 기사 게시물에는 “지가 X할 것이지 문XX XXX맞네 갈수록”이라는 비방성 댓글을 달았다. 이에 민간에서 민원성 신고가 접수되자 육군이 수사해 A 상병을 기소했다.
현행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규칙’ 3조는 ‘상관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언행을 하는 행위’를 군기 문란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조항을 적용해 A 상병이 군 최고통수권자(대통령)를 고의로 비하ㆍ모욕한 것으로 봤다. 해당 병사는 항소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을 군 상관으로 해석한 판결은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할 때 한 부사관은 2011년부터 9차례에 걸쳐 이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글을 SNS에 올려 유죄 판결(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헌법과 국군조직법, 군인사법 등에 따르면 ‘상관’이란 ‘명령ㆍ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으로 국군통수권자로부터 바로 위 상급자까지를 말한다”며 “대통령도 상관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해당 부사관은 상관의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냈지만, 2016년 헌법재판소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상관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 탓에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문 대통령은 본인을 비판한 내용의 전단을 2019년 국회에 살포한 30대 청년에 대한 모욕죄 고소를 취하한 바 있다. 각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취지에서다.
물론 A 상병의 경우 원고가 문 대통령이 아니라 군 당국이란 점에서 대통령 의사와는 무관하게 재판이 진행됐다. 재판부도 “A 상병이 군 기강을 문란하게 했다”는 점은 인정하되, “대통령이 상관임을 진지하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