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됐나" "논리 허점"… 벌써 이준석에 날아드는 내부 견제구

입력
2021.06.15 08:40
보수진영서 나오는 이준석 비판 메시지
민경욱 "대통령이 쓰는 어법을…행동 가볍다"
김재원, 당직 사전 발표에 "최고위 신경 써야"

36세 '0선(국회의원)'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의도 정치권 문법을 깬 행보로 연일 화제인 가운데, 정작 보수진영에선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한 비판 메시지가 쏟아진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내부에서 견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국립대전현충원 방명록 문구를 비판하며 "지금 이 젊은이는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된 것으로 아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는 앞서 14일 대표 취임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천안함 희생 장병 묘역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그는 방명록에 '내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은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민경욱, 이준석 현충원 방명록 글씨체 조롱

민 전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비문까지는 아니더라도 굳이 숭고한 희생과 헌신의 주체를 빼놓은 게 어딘가 모자라고 많이 어색하다"며 "대한민국을 주어로 썼는데 그런 어법은 외국을 방문한 대통령쯤이 쓰는 어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표가 됐으면 이렇게 어이없는 책을 잡히지 않기 위해 주위에 조언을 구하고 미리 준비와 연습도 해야 한다"며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즉흥적인 30대 젊은이의 가벼운 언행을 보인다면 지금보다 훨씬 큰 실수들이 나오게 될 것이고, 그것은 당에 회복이 불가능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 전 의원은 이 대표의 손글씨에 대해서도 "옛 선조들은 사람이 쓴 글씨를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세 번째 기준으로 쳤다"며 "디지털 세대, 컴퓨터 세대들의 글씨체는 원래 다 이런가. 그렇다면 죄송하다"고 꼬집었다.

조수진 "공정 화두 꺼내고 수석대변인은 사전에 알리나"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은 첫 번째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나왔다. 당직 인선과 관련해 최고위원들과 논의 없이 발표했다며 나온 반발이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언론을 통해 서범수 비서실장과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등의 인선 사실을 알렸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발언을 통해 "최고위에서 협의하거나 결정할, 많은 일들이 사전에 발표된다면 최고위가 형해화하거나 아무런 역할을 못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지금은 초기라 이해할 만하지만 앞으로 최고위 위상도 신경 써 주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비공개회의에서 "언론을 보고 인선 사실을 알게 하려면 최고위가 왜 필요한가"라며 "우리가 가장 존중해야 할 것이 절차이고, 그게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제일 못하는 것"이라며 쓴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석대변인 인선과 관련해 "사람에 대해 반대하지 않지만, 공정이라는 화두를 끄집어내 토론 배틀로 대변인을 뽑겠다고 했는데, 당대표가 일방적으로 수석대변인이 누구라고 발표하면 공정 화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며 "논리에 허점이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수석) 대변인은 당무상 시급했기 때문에 내정해서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당장 당대표가 행동해야 하는데 선출되자마자 고정인력이 한 명도 없지 않나"며 이 대표를 두둔했다. 그러면서 "회의는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