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살충제(농약) 사용 금지 법안이 스위스 국민투표에 부쳐졌지만 부결됐다. 농산물 생산을 줄여 농가에 타격을 입힐 거라는 반대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스위스는 많은 정치ㆍ사회 쟁점을 국민 직접 투표로 결정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실시된 스위스 국민투표 결과,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유권자 62%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연 30억 스위스프랑(3조7,300억 원)의 정부 농업 보조금을 살충제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농가에만 지급하는 법안도 투표 대상이 됐지만 역시 가결되지 못했다.
두 법안은 살충제가 사람들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한다는 문제 의식에서 제안됐다. 그러나 대다수 농장주와 정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입법이 성사될 경우 농산물 생산의 20~30%가 감소해 식자재 물가가 오르고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리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스위스 농부 협회 이사 마틴 루퍼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살충제를 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완전히 금지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게 농부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업에 줄 타격과 농산물 가격 상승, 수입 증가는 정부의 걱정거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살충제 금지안 추진의 소득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정부는 2027년까지 살충제 사용 관련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상보다 현실을 우선한 스위스 유권자의 선택은 이뿐 아니다. 인권 침해 논란을 빚었던 테러 방지 입법안에는 국민의 57%가 찬성했다. 2015년 인접국 프랑스에서 벌어진 테러 공격을 계기로 만들어진 이 법안은 경찰이 폭력 행위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12세 이상의 모든 사람에 대해 더 강력한 감시가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심문도 할 수 있게 했다. 법원 명령이 있으면 15세 이상 잠재적 범죄자를 최대 9개월간 가택연금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돼 있다.
더불어 연방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제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든 법안 역시 유권자 59%의 지지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