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가 만난다. 19세기 중엽 영국에서 출항해 뉴질랜드로 향하는 배에서다. 항해 마지막 날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바로 빠져든다. 금을 채취해 부자가 되겠다는 꿈마저 엇비슷하다. 항구에 내리면 숙소에 짐을 푼 후 저녁에 만나자고 약속까지 한다. 설레는 신천지에서 설레는 이성을 만난 두 사람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금 열풍이 분 뉴질랜드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는 건 범죄와 음모다. 여자 애나(이브 휴슨)는 항구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 지갑이 든 가방을 강탈당한다. 어린 강도를 쫓아갔는데, 화려하게 차려입은 한 여인이 애나의 가방을 든 채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서 온 점술가 리디아(에바 그린)다. 애나는 감사하며 안도하지만 잠시일 뿐이다. 가방에 지갑이 없다. 숙박비도 식비도 모두 사라졌다. 리디아가 호의를 베푼다. 자기네 집에서 묵으며 자신의 일을 도와줘도 된다고 제안한다. 배에서 만난 인도계 남자 에머리(히메시 패텔)가 자신의 숙소와 약속장소를 적어 준 쪽지도 읽어 준다. 애나는 글을 읽지 못한다. 낯선 사람들만 있는 낯선 곳에서 리디아의 호의가 고마울 따름이다.
짐을 풀고 약속 시간에 약속 장소에 나가니 에머리는 나타나지 않는다. 숙소를 찾아가도 에머리라는 사람은 묵지를 않는다. 에머리도 마찬가지다. 약속 장소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애나는 오지 않는다. 대신 프랜시스(마튼 소커스)라는 수상한 남자가 접근해 자신과 동업하자고 끈덕지게 제안한다.
계략이었다. 리디아와 프랜시스는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고 있다. 연인 사이다. 리디아는 뉴질랜드에 지인 하나 없는 애나를 착취하기 위해 강도극을 연출했고, 에머리의 약속장소까지 거짓으로 알려줬다. 프랜시스는 리디아의 사주로 에머리에게 접근해 뉴질랜드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은 그를 악용하려 했다.
리디아와 프랜스시의 음모를 모르던 애나와 에머리는 서로에 대해 실망한다. 애나는 리디아의 집에서 일하며 삶을 새로 개척하려 한다. 에머리는 프랜시스와 금 채취 등에 따른 이익의 반을 나누기로 덜컥 계약을 했는데 찬찬히 뜯어보니 노예계약과 다름없다. 신천지에서 부자가 되겠다는 꿈은 물거품이 될 듯하다.
애나는 리디아의 꿍꿍이를 알아챈 후에도 그녀를 떠나지 않는다. 당장 지낼 곳이 없어서다. 리디아의 남편 크로스비(이언 레슬리)가 등장하면서 애나의 운명은 뒤틀린다. 리디아와 연락이 끊겼던 크로스비는 다량의 금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리디아는 금을 차지하기 위해 프랜시스와 함께 또 다른 계략을 짠다. 애나는 크로스비에게 리디아와 프랜시스의 관계를 몰래 전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애나의 인생은 엉망진창이 된다. 윤락녀로 전락하고, 아편에 찌든다. 영혼의 짝 에머리와 재회하지만 예전처럼 그를 대할 수 없다. 예정된 듯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애나는 유력 용의자로 꼽힌다. 에머리 등이 도우려 하나 리디아와 프랜시스가 짠 계략은 교묘하고 악랄하다. 애나와 에머리는 사랑을 이루고, 부자가 돼 뉴질랜드에 착근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