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와르르" 시내 버스 덮친 건물…광주 붕괴 사고 9명 사망

입력
2021.06.0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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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 사망 승객 8명 구조… 고령자들 중상

광주 동구 재개발지역 건설현장에서 철거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하면서 무너진 건물 잔해가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9일 광주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5분쯤 광주 동구 학동의 재개발지역 건설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건물이 붕괴되면서 공사장 앞 버스정류장에 정차돼 있던 시내버스(운림54번)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로 시내버스 탑승객 중 60대 남성과 여성 4명, 70대 여성 1명, 40대 여성 1명, 30대 여성 1명, 20대 남성 1명 등 모두 9명이 숨졌다. 또한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벌여 매몰된 시내버스에서 김모(76‧여)씨 등 탑승객 8명을 구조했다. 구조된 버스 탑승객 상당수는 60∼70대 고령이고, 중상을 입은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당초 사고 버스에 12명이 탑승했던 것으로 추정했지만, 구조작업 중에 버스 뒷좌석 부분에서 매몰자 5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사고 당시 외부 충격이 커서 소방대원들이 버스 내부로 진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짓눌려진 상황이라, 뒤늦게 소방당국에 의해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현재 추가 매몰자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조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날 공사 현장에는 인부 16명이 근무했고, 사고 당시에는 4명이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현재 모두 소재가 파악된 상태다.



사고 당시 포클레인이 5층 옥상 옥탑방 철거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이 확보한 사고 당시 동영상을 보면 사고 버스가 붕괴된 건물 앞 편도 3차선 도로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지 몇 초 만에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희뿌연 먼지가 한순간에 현장을 뒤덮었고, 버스 뒤를 따라오던 차량 서너 대가 급정거 후 화급히 후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사고 당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있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추가 인명 피해 발생 가능성도 있다.

사고 상황을 목격한 한 주민은 “가림막이 쳐진 상태에서 그대로 건물 자체가 도로 앞으로 쏟아졌고, 신호대기 중인 버스를 한순간에 덮쳤다”며 “나중에 보니 가림막이 넘어진 뒤 포클레인 1대가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가 발생한 '학동 4구역 재개발 구역'은 광주의 대표적인 노후 주택 밀집지역으로 심각한 도심 공동화 현상을 겪어온 곳이다. 2005년 재개발추진위원회가 설립된 후 2007년 7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어 같은 해 8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후 2017년 2월 사업시행 인가를 거쳐 2018년 7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다. 학동 4구역 재개발구역은 2018년 2월 현대산업개발이 주택개발정비사업조합으로부터 4,631억 원에 사업을 수주한 이후 본격적인 철거와 공사에 들어갔다. 사업면적은 12만6433.60㎡, 지하 2층~지상 29층 아파트 19개동 총 2,282가구 등을 건설한다.

광주= 안경호 기자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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