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 트래블버블에 "가족여행 어려운데"… 그래도 기대감 큰 까닭은

입력
2021.06.09 17:30
7월부터 백신 접종자에 한해 싱가포르 등 여행 허용
누리꾼 "백신 맞길 잘했다" vs "변이 코로나19 위험"
여행업계 '백신 입소문 효과' 재현 기대… 대응에 분주

정부가 9일 제한적인 '트래블버블(국가 간 결정한 여행 안전 권역)' 허용을 발표하며 해외여행 신호탄을 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라면 7월부터 일부 국가·지역에 한해 해외여행이 가능하다. 다만 싱가포르와 사이판, 괌 등 방역을 신뢰할 수 있는 국가·지역의 단체여행으로 제한했다.

여론은 일단 반기는 모습이다. 오랜 기간 해외여행이 금지된 탓에 이번 기회로 여행 갈증을 풀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가족 단위의 해외여행이 불가능해 '트래블 버블로 볼 수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아직 코로나19를 안심하기 이른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결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이런 우려와 달리 여행업계에선 드디어 침체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기대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업계였던 만큼, 숨통은 트게 됐다는 모습이다. 정부가 일단 코로나19의 금기처럼 된 해외여행의 물꼬를 튼 만큼, 일상으로의 복귀도 머지않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4월에 백신 맞고 일찍이 괌 여행 준비한 사람도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8)씨는 8월 중순쯤 아내와 함께 괌에서 여름휴가를 맞을 계획이다. 김씨가 여름휴가를 해외에서 보내야겠다고 생각한 건 정부가 트래블버블을 발표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해외여행을 코로나19 백신 잔여분 접종이 가능해진 4월부터 준비해 왔다. 입국 시 격리를 면제하는지, 직항편이 있는지, 여행 경비가 코로나19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지 살폈고, 괌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잔여 백신이 풀리자 서둘러 백신 접종을 예약했고, 4월 말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접종한 날에는 괌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김씨는 7월 중순 AZ 2차 백신을 맞는다. 괌은 정부가 트래블버블 지역으로 추진하는 곳이다. 다만 단체여행 조건을 달아 혜택을 볼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김씨는 "해외여행을 좋아해 많은 정보를 모았고, 정부가 곧 발표할 것으로 예측했다"며 "여행 가는 시기에 괌은 우기라 걱정이지만, 이미 많은 한국인이 여행을 간다고 들어 큰 불편 없이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껏 들뜬 여행업계… 항공·여행업체 주가 상승

정부 발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김씨처럼 해외여행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내비치는 누리꾼이 많았다. 이미 백신 1차 접종을 한 사람들은 곧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며 "백신을 일찍 맞길 잘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곧 공항을 갈 수 있게 되다니 설렌다" "백신 접종이 가능해지면 서둘러 예약해야겠다" "갈 수 있는 나라는 아직 적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환호했다.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주식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정부 발표 이후 대한항공 주가는 한때 전날보다 4.59% 올랐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 항공사는 물론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참좋은여행 등 여행업체들의 주가도 상승했다.

여행업계도 한층 분주해진 모습이다. 참좋은여행은 이날 정부 발표가 나온 뒤 곧바로 관련 상품을 선보였다. 트래블버블 추진 대상 국가가 아닌 프랑스 파리 5박 7일 상품이지만, 다른 여행 상품에 대한 예약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대비한 것이다.

"백신 못 맞은 국민은 어쩌라는 거냐" 반발도

그러나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백신이 고령층 위주로 진행된 상황이라 가족여행이 불가능해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는 백신 접종이 아직 진행되지 않은 연령층이 있는데 백신을 맞은 국민과 맞지 않은 국민을 차별하느냐고 비판한다.

누리꾼들은 "백신을 못 맞은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여행을 가느냐" "혜택이 큰 정책은 맞지만, 아직 백신을 못 맞은 30대는 운다" "국민 일부만 특혜를 주는 게 올바른 정책이냐"라고 지적했다.

아직 안심하기 이른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해외에서 확산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누리꾼들은 "관광업계 활성화도 좋지만, 해외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하느냐" "자국민도 문제지만 국내에 여행 온 외국인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면 어떡하느냐"라고 지적했다.

당장 해외여행 활성화 안 되겠지만… 장기적 효과에 기대

여행업계도 당장 해외여행이 활성화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7월 기준으로 2차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대체로 70대 이상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여행에 대한 관심이 적은 연령층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실제 다음 달에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려면 중·장년층 고객이 늘고 유럽 여행이 가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책이 여행업계에 활기를 돌게 할 만한 정책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여행 시기를 앞당기는 효과는 있어 침체기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줄 것이란 기대가 높다. 여행업계에선 트래블버블로 백신 예약률을 수직 상승하게 한 '입소문 효과'를 바라고 있다. 백신 접종 초기만 해도 각종 부작용으로 불신이 컸지만, 점차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맞아도 괜찮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주위에 경험자가 늘면서 백신 예약률이 오른 것처럼, 해외여행도 안전하다는 여론이 번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정부가 집단면역을 목표로 한 11월에 맞춰 여러 해외여행 상품을 선보이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번 발표로 업체들의 대응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며 "10월부터 전 직원이 출근하는 걸 목표로 했는데, 그 시기를 앞당겨 서둘러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이날 "국제관광이 재개된다는 의미로 관광업계에 희망을 주는 소식"이라며 "현재 실질적으로 금지된 국내 단체여행 허용 등 국내 관광 정상화 방안도 시급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