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본격적인 러시아 압박 준비에 돌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을 만났고, 백악관은 이날 러시아와 긴장관계인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7월 워싱턴으로 초청한다고 발표했다. 11~13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14일 나토 정상회의, 15일 미국ㆍ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거치면서 우군을 규합하고 포위망을 옥죈 뒤 16일 미러정상회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을 만났다. 회동 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서양 연안 국가들의 안보와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나토의 70년간의 성공을 만들어온 동맹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대통령이 표명했다”라고 설명했다. 나토 방위비 분담, 아프가니스탄 철군 협력 등도 논의됐다고 덧붙였다. 특정 국가를 겨냥한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사실상 러시아 문제를 협의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회동 후 “우리는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옹호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4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언급했다. 유럽 중심의 나토가 인도ㆍ태평양지역의 미국 우호세력과 함께하겠다는 의미였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과 인도ㆍ태평양지역 동맹국들과 거의 일주일간 집중적인 협의를 거친 뒤 바람을 등에 업고 미러정상회담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1월 취임 후 첫 해외순방지로 유럽을 택한 바이든 대통령이 이들과 함께 본격적인 러시아 견제 행보에 나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며 미국으로 초청한 것도 계획된 압박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나라는 일본과 한국이 전부였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3번째로 추가하는 것은 중국과 함께 러시아도 주요 견제 대상이라는 메시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의 온전함’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설리번 보좌관은 소개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공격 및 병합 이후 러시아에 날이 선 우크라이나를 대(對)러시아 공세 최전선에 두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두 정상은 지난 4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일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일 당시에도 통화했다.
특히 미국은 최근 사회기반시설(인프라)을 겨냥한 러시아 출신 해커조직의 사이버 공격에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이기도 하다. 지난달 7일 미 최대 송유관업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같은 달 30일 세계 최대 정육업체 JBS의 미국 자회사가 모두 해킹을 당했고 그 결과 미국을 움직이는 핵심 연료와 식량, 교통이 큰 타격을 입을 뻔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설리번 보좌관이 직접 러시아 정부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16일 미러정상회담 의제로도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