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결혼 등 각종 의례 때마다 등장... ‘떡 만들기’ 문화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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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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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먹는 떡국을 당시 한양 사람들 중에는 떡집에서 사는 경우가 많았다. 가래떡 만들기가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맵쌀 가루를 쪄서 안반(떡을 칠 때 쓰는 나무판) 위에 놓고 떡메로 무수히 쳐서 손으로 비비면서 길게 늘려 만드는 가래떡은 부잣집이 아니면 손님 대접도 해야 하니 아예 떡집에서 사는 경우가 많았다. 풍속에 설날에 떡국을 먹으며 몇 살이냐고 묻기 때문이기도 했다.”
조선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가 지은 세시풍속서 ‘동국세시기’ 중


조선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가 지은 세시풍속서 ‘동국세시기’에 나오는 떡 관련 내용이다. 떡을 만들어 먹은 내용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이색의 ‘목은집’ 등 각종 고문헌에서도 확인이 된다.

중요한 의례 때마다 떡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온 우리의 전통문화가 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떡을 만들고 나누어 먹는 관습을 포괄한 개념인 '떡 만들기'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한다고 8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떡은 한국인이 각종 의례와 행사 때마다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는 음식으로, ‘나눔과 배려’ ‘정을 주고받는 문화’를 상징한다”며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무형적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떡 만들기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되고 향유돼 왔다. 정초에 떡국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여겼고, 추석 때는 송편을 빚어 조상의 차례상에 올렸다. 생애 주요 행사 때도 함께했다. 아이가 밝고 순진무구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백일상에 백설기를 올렸고, 전통 혼례 시 봉치시루(혼례일 전에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채단과 예장을 보낼 때 신부 집에서 이를 받을 때 쓰는 혼구) 안에 봉치떡(붉은 팥시루떡)을 담아 양가의 화합과 혼인을 축복했다. 회갑상에는 부모님의 생신을 축하하고 만수무강을 축원하며 고임떡을 올렸다.


또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떡이 만들어졌다. 감자와 옥수수 생산이 많은 강원도는 감자시루떡과 찰옥수수시루떡을 만들고, 쌀이 귀하고 잡곡을 많이 생산했던 제주도는 팥, 메밀, 조 등을 활용해 오메기떡, 빙떡, 차좁쌀떡 등을 만들었다.

이 같은 '떡 만들기'는 삼국 시대부터 각종 고문헌에서 관련 기록이 확인될뿐더러, 오늘날에도 개업떡과 이사떡을 만들어 이웃에게 나누는 문화가 이어질 정도로 오랜 기간 전승·향유되고 있는 점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식품영양학과 민속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술 연구 자료로서의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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