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18년 만에 알츠하이머 신약 승인… 효능·가격 논란도

입력
2021.06.0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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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초기 증상 완화·인지장애 개선" 주장
임상시험 데이터 부실 논란… 고비용도 문제

미국 보건당국이 알츠하이머병 신약을 승인했다. 전 세계 600만명으로 추산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희망이 깃들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약의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는 데다 약의 가격도 상당히 비싸 한동안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7일(현지시간) 미 제약사 바이오젠이 일본 제약사 에자이와 함께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승인했다. FDA가 알츠하이머병 신약을 승인한 것은 2003년 이후 18년 만이다. FDA는 “불안과 불면 같은 증상을 관리하는 목적이 아닌, 병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유일한 치료제”라고 평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알츠하이머 환자들과 제약업계에 대단한 날”이라고 치켜세웠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치매 환자의 6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드유헬름(Aduhelm)’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될 이 약은 ‘베타-아밀로이드’라고 불리는 해로운 단백질 덩어리를 뇌에서 제거하도록 돕는다. 치매 초기 증상을 완화하고 인지기능 저하를 억제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바이오젠은 “약을 투약한 환자는 위약 대조군 환자보다 인지능력이 22% 더 느리게 감소하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약도 이미 악화한 환자를 정상 상태로 되돌리지는 못한다.

약의 효능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지난해 11월 FDA의 외부 전문가 자문위원회는 바이오젠이 제출한 연구 데이터로는 약의 효능을 입증할 수 없다며 승인 권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바이오젠도 2019년 임상시험 두 건을 동시에 진행하다가 약의 효능이 신통치 않자 연구를 중단했다. 몇 달 뒤 바이오젠은 고용량을 투여했더니 효과가 나타났다는 새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초기 임상시험 실패는 병의 진행을 늦출 만큼 충분한 양을 투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투여량 변경 문제는 임상시험 결과를 검증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분분했다. FDA 자문위원인 케일럽 알렉산더 존스홉킨스대 의학 연구원은 “FDA의 승인 결정에 매우 놀랐고 실망했다”며 “FDA는 확실한 증거에 기반한 규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엔 그렇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약효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언제 약을 중단할 수 있는지, 병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에게 투여해도 되는지 등 투약법과 관련한 의문도 풀리지 않았다. FDA도 불확실성을 인정해 후속 연구를 진행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 승인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연간 5만6,000달러(약 6,200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도 걸림돌이다. 바이오젠은 향후 4년간 가격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환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치료비 외에도 검사비로 연간 1만달러(1,100만원) 이상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며 “공공보험에 가입했더라도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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