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커머스 예능, 재미 그 이상의 가치

입력
2021.06.09 12:00

한파가 불어닥쳤다. 감자의 줄기가 얼었고, 광합성도 어려워졌다. 땀을 뻘뻘 흘리며 농사를 지었지만 얻은 건 상품성 없는 감자뿐이다. 처참한 현실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맛남의 광장'에 실제로 등장한 사례다. 많은 농가와 어가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의 농어민을 돕기 위해 SBS '맛남의 광장', 채널A '산지직송 프로젝트, 무작정 커머스', KBS2 '랜선 장터' 등의 예능들이 나섰다. 선한 영향력을 지닌 커머스 프로그램들은 재미와 감동으로 안방극장을 꽉 채우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맛남의 광장'은 맛남 쇼핑 라이브를 통해 지역 특산물의 소비를 촉진한다. 농벤져스와 게스트들은 특산물을 활용한 레시피를 소개하고, 특별 공연을 진행한다. 그동안 전복 어가, 홍합 어가, 애호박 농가, 콩나물 농가 등을 도왔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산지직송 프로젝트, 무작정 커머스'에서는 콘테스트를 통해 우수한 지역 상품이 선정된다. 출연진은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를 돕는다. 이휘재는 지역 특수성, 질과 차별성, 가격의 합리성을 통해 상품을 고르겠다고 밝혔다.

오는 16일부터 방송되는 '랜선 장터'는 농·수산물을 소개하고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판매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티저 영상 속에는 출연진이 제품에 대해 소개하는 모습이 담겼다.

커머스 예능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농어민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프로그램과 출연진의 이름을 걸고 진행되는 홍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식재료를 믿고 구입한다. '맛남의 광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아온 죽순이 2,000박스 완판을 기록했다. '산지직송 프로젝트, 무작정 커머스'의 양파즙, 장어 판매자는 상품을 향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에 미소 지었다.

출연자들의 화려한 인맥이 빛을 발하는 경우도 있다. 백종원은 '맛남의 광장'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SOS를 요청했다. 정 부회장은 못난이 감자 30톤과 왕고구마 300톤을 매입했고, 함 회장은 완도 다시마를 넣은 라면을 출시했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에는 예능다운 재미도 녹아있다. 백종원 양세형 김희철 김동준 유병재는 '맛남의 광장'에서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자랑하고 있다. 이휘재 신봉선 홍수아 문수인은 화려한 입담으로 '산지직송 프로젝트, 무작정 커머스'를 빛내고 있다. '랜선장터'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장윤정 안정환 홍현희 김동현이 출연한다.

커머스 예능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맛남의 광장'의 애청자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재밌다" "유익하다" 등의 글을 남겼다. '산지직송 프로젝트, 무작정 커머스'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칭찬하는 글이 게재됐다. '랜선 장터'의 라이브 커머스에 참여한 네티즌들은 묵은지의 맛에 대한 좋은 평가를 남겼다.

커머스 예능은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을 넘어 선한 영향력까지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능의 새로운 가치도 증명했다. 그야말로 '착한 방송'이다. 대중의 사랑이 뒤따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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