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안철수와 악연 끊기? "차 한잔 대접하겠다"

입력
2021.06.08 09:00
李 '국민의당 지역위원장 임명보류' SNS에 언급
"安 대표, 이 문제 검토해주셔서 감사" 
"허심탄회하게 합당문제 논의하겠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차 한잔 대접하겠다"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간 안 대표와 불편한 관계임을 숨김 없이 드러내왔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를 코앞에 두고 국민의당과의 합당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최고위원은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고려해 지역위원장 임명을 보류한 기사를 게재했다. 그는 "안 대표가 제가 조건으로 제시한 지역위원장 임명문제에 있어서 전향적인 검토를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안 대표의 자택과 제 집의 거리는 1km 남짓"이라며 "같은 상계동 주민으로서 허심탄회하게 합당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당대표가 된다면 안 대표 자택과 저희 집 사이에 있는 동네 명소 카페에서 제가 차 한잔 모시겠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일부에서는 국민의당이 지역위원장 모집에 나선다는 소식에 합당에 따른 지분 노림수가 아니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 전 최고위원도 이와 같은 뜻을 내비쳐 왔다.

그는 "소 값은 후하게 쳐 드리겠지만 갑자기 급조하고 있는 당협 조직이나 이런 것들은 한 푼도 쳐 드릴 수 없다"며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었다. 따라서 이번 이 전 최고위원의 SNS 발언은 안 대표와의 악연 끊기 서막으로 풀이된다.

앞서 안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그동안 타당(국민의힘)의 전당대회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돼 발언하지 않았지만, 당대회가 막바지로 가면서 당권주자 중에 저에 대해, 합당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간단히 한말씀 드린다"고 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은 이미 전임 당대표 권한대행(주호영 의원)에게 원칙 있는 통합의 방향을 전달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진정성을 가지고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분출되는 새로운 정치적 에너지가 적대적 갈등이나 대결이 아닌 조화와 융합을 통해 기득권 정당이라는 낡은 이미지를 바꾸고 긍정의 에너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두 사람의 인연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 최고위원이 몸담았던 바른정당과 안 대표의 국민의당이 합당해 바른미래당이 탄생하면서 두 사람은 한식구가 됐다.

그러다 2018년 6월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노원병 공천을 두고 악연이 시작됐다. 이 전 최고위원이 공천을 신청했는데, 그를 지지하는 유승민계와 반대하는 안철수계가 충돌하며 공천이 미뤄졌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시 이를 두고 "안 대표의 서울 노원병 '공천 태클'"이라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