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상관으로부터 성추행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이후 정치권이 뒤늦게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군사법원법 개정·특별검사 도입·국정조사 실시 등 '약속'은 넘쳐나지만 의견을 모으지 못한 채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7일 이번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와 합동청문회를 열 것을 제안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부정적이다. 국회 차원의 직권 조사는 정부 조사 결과를 보고 검토해도 늦지 않다는 이유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지금 특검과 국정조사를 논의하자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주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9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정부의 중간조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당내 '군 성범죄 근절 및 피해자 보호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군 사법제도 개편 등 대책 마련에 집중하기로 했다. 군사법원법을 고쳐 성범죄를 조사하는 군 검찰이나 판결을 내리는 군사법원에 대한 부대 지휘관의 입김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전용기 의원은 6일 군대에서 상관이 하급자를 업무상 위력·위계로 간음하거나 추행하는 경우 처벌하는 군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발의해 법제사법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법안에는 △군단급 이상 부대에 설치된 군사법원(1심 담당)을 통합해 국방부 산하로 통합 △고등군사법원(2심 담당)을 폐지해 항소심은 민간 법원이 담당 △각 부대에 설치된 군 검찰을 국방부 장관 및 각 군 참모총장 소속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담겼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전시 등 국가 비상사태에만 군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하고 평시에는 군사법원을 폐지하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법사위는 10일 국방부 장관과 공군 관계자를 상대로 현안 보고를 갖고 군사법원법 공청회를 진행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군사법원법 개정에 대해 "국면 전환용 카드"라며 국정조사 실시를 주장하고 있어 의견 조율에 난항이 예상된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이날 "국회가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안질의와 국정조사"라며 "군사법원법 개정 주장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감추고 법의 미비 사실을 호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국방위뿐 아니라 법사위와 여가위까지 다 걸쳐져 있는 문제이기에 각 상임위의 해당 의원을 중심으로 별도의 대책 마련을 위한 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