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家 아워홈 여동생들의 반란...‘보복운전’ 구본성 부회장 해임

입력
2021.06.04 16:59
10면
보복운전·실적악화…구 부회장 밀려나
‘남매의 난’ 세 자매 구 부회장 반대연대
구지은 前 캘리스코 대표 신임 대표이사에

'보복운전'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이 여동생들의 반란에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신임 대표이사에는 구 부회장의 막냇동생인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선임됐다.

범LG가 식품기업 아워홈은 4일 오전 주주총회에 이어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 해임안을 통과시켰고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주총에서는 구 신임 대표가 제안한 신규이사 선임안과 보수총액 한도 제한안 등도 가결됐다. 아워홈 이사는 기존 11명에 구 신임 대표 측 인사 21명이 더해져 총 32명이 됐다.

구 부회장은 아워홈 최대주주로 지분 38.6%를 소유했지만 동생들과의 지분 싸움에서 패했다. 미현(19.3%)·명진(19.6%)·지은(20.7%)씨 자매의 지분을 합치면 59.6%에 이른다. 이들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둘째 딸 이숙희씨 슬하의 친남매들이다.

장녀 미현씨는 2017년 아워홈 경영권 분쟁 당시 오빠 편에 섰지만 이날 주총에선 반(反)'구본성 연대'에 가세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미현씨는 구 부회장이 일으킨 사회적 논란 때문에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보복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구 부회장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지난해 실적악화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워홈은 지난해 상반기 연결 기준 14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구 부회장을 밀어내고 아워홈으로 복귀한 구지은 신임 대표이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보스턴대에서 석사를 수료하고 2004년 아워홈에 입사했다. 4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했지만 구 부회장이 2016년 아워홈을 맡은 이후 ‘사보텐’, ‘타코벨’ 등을 운영하는 외식기업 캘리스코 대표로 이동해 구 부회장과 갈등을 빚어왔다. 캘리스코에 식자재를 공급하던 아워홈이 2019년 이를 중단하면서 둘의 관계는 더 악화했다. 캘리스코는 지난해 식자재 공급선을 신세계푸드로 변경했다.

구 신임 대표이사는 "공정하고 투명한 아워홈의 전통과 철학을 빠르게 되살리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취임 입장을 밝혔다.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