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70대. 직업은 배우. 한때는 잘나갔다. 토니상을 받기도 했다. 인생 황혼에 다다르니 찾는 이 딱히 없다. 영화나 드라마 출연은 언감생심. 간혹 사기성 광고 출연 제의나 들어온다. 아내와 헤어진 지는 오래다. 40대 딸과 함께 산다. 지병이 있다. 행복지수를 굳이 따지면 높다 할 수 없다. 그래도 불행하진 않다. 일자리가 있다. 연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마음이 젊다. 시트콤 ‘코민스키 메소드’는 그럭저럭 살아갈 ‘방법(Method)’이 있는 노인 샌디 코민스키(마이클 더글러스)를 중심 인물로 둔다.
샌디에게는 오랜 친구가 있다. 노먼 뉴랜더(앨런 아킨)다. 배우와 매니저로 인연을 맺어 둘도 없는 절친이 됐다. 둘은 오래 살며 쌓인 고민을 함께 나눈다. 독설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즌1,2는 둘이 주고 받는 ‘티키타카’ 대화로 40대 이상 대중을 즐겁게 했다.
시즌3는 노먼의 장례식으로 시작한다. 샌디의 행복지수는 쑥 낮아졌다.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부를 축적한 노먼은 막대한 유산을 남겼다. 마약중독자 딸과 사이언톨로지 신자인 손자가 유산을 받아야 한다. 노먼은 유산이 순식간에 사라질까 봐 샌디를 위탁 관리자로 지정했다. 샌디에게도 큰돈을 남겼다. 샌디는 즐겁지 않다. 노먼의 딸과 손자가 돈을 당장 내놓으라며 샌디를 괴롭힌다. 딸 민디(새러 베이거)에게 자신의 돈을 다 주고 싶어도 걱정거리가 있다. 샌디와 결혼하려는 60대 남자친구 마틴(폴 레이서)이 재산을 노릴까 봐서다.
몸이 아픈데 골치까지 아프게 된 샌디 앞에 이혼한 아내이자 애 엄마인 로즈(캐슬린 터너)가 나타난다. 자기 편 들어줄 사람 없는데, 딸과 예비사위 쪽 손을 들어줄 사람만 늘었다. 난감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로즈와의 만남은 의외로 유쾌하다. 지난 시절의 과오, 회한을 유머로 대화를 나누니 즐겁다. 노먼의 빈자리를 로즈가 채운 셈이다.
시즌 2편에서 엇비슷한 연배와 취향으로 친구가 됐던 마틴과는 사사건건 충돌한다. 예전엔 신경 쓰이지 않던 마틴의 행동 하나하나가 거슬린다. 마틴 역시 예비 장인의 태도가 못마땅하다. 돈만 보고 딸과 결혼하려는 무뢰한 취급을 당해서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샌디의 일상은 여전히 행복하다. 주변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서다. 샌디는 노먼이 진정한 ‘유산’을 남기고 떠났음을 뒤늦게 알고 눈물 흘린다. 노먼 덕분에 70대 한물간 배우는 접하기 힘든 경험까지 한다. 오랜 우정의 결과다. 이혼한 아내와의 재회는 샌디의 삶에 활기와 더불어 즐거움을 안긴다.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지 않아 얻은 선물이다.
샌디의 살아가는 ‘방법(Method)’은 넌지시 메시지를 던진다. 인생에 너무 노여워하지 말고, 힘겨워도 유머로 버티며 삶을 즐겨라. 인생에는 어쩌면 자신까지 속이는 ‘메소드 연기’가 필요할지 모른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수위 높은 상황 설정과 신랄한 대사가 매력 있다. 더글러스와 아킨이 환상 호흡을 보여줬던 시즌1, 2편보다는 재미가 덜하고, 급히 마무리 되는 인상이지만 40대 이상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듯하다. 배우들의 화면 밖 삶을 반영한 점도 흥미롭다. 더글러스는 스타 배우였으나 연기파로 인정 받지 못했다. 젊은 시절 반짝였으나 나이 들어선 각광받지 못했다. 암 투병한 이력이 떠오르기도 한다. 더글러스와 터너는 영화 ‘로맨싱스톤’(1984)과 ‘장미의 전쟁’(1989)으로 호흡을 맞췄던 명콤비다. 나이든 팬이라면 둘이 옛 부부 사이로 나오는 게 자연스러웠다. 참, 노먼의 손자로 나오는 배우는 얼굴만으로도 웃음을 준다. 영화 ‘식스센스’(1999)와 ‘에이 아이’(2001)에서 신비로운 표정을 지었던 할리 조엘 오스먼트다. 그를 단박에 알아봤다면 당신의 눈썰미를 인정한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0%, 시청자 82%(시즌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