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째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가수 유승준(45·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씨가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2차 소송 첫 재판이 3일 열렸다. 유씨 측은 “외국국적 취득 후 병역이탈을 이유로 입국금지 처분이 된 건 유승준 뿐”이라며 정부 조치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유씨 관련) 사회적 논란과 파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정상규)는 이날 유씨가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국내에서 가수로 활동했던 유씨는 2002년 ‘병역기피’ 논란 이후 한국 정부로부터 줄곧 입국금지 처분을 당했다. 그는 2015년 LA총영사관으로부터 재외동포 F-4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자,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고 지난해 3월 최종 승소했다. 그런데 그해 7월 비자 발급이 재차 거부되자 또 소송전에 나선 것이다.
유씨 측 법률대리인은 이날 법정에서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가 부당한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변호인은 우선 “1차 소송 때 대법원에서 ‘비자 발급 거부를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온 만큼 판결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2차 발급 거부 사유로 제시한 ‘대한민국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재외동포법 조항을 거론하며, “이처럼 아주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규정은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씨 측은 ‘비례·평등의 원칙’도 언급했다. 정부 조치가 필요 이상으로 과한 처분은 아닌지, 비슷한 외국 국적 취득자들 가운데 유독 유씨만 병역 기피를 이유로 입국금지 처분을 받은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논란이 불거진 뒤) 2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병역 문제만 언급되면 유씨 얘기가 나온다”며 “(유사 사례 중) 유씨 외엔 단 한건도 입국금지 처분된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A총영사관을 대리한 정부 소속 변호사는 “앞선 대법원 판결 어디에도 비자 발급을 명하는 취지는 없다”며 반박했다. 발급 거부가 적법절차에 어긋났으니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일 뿐, ‘추후 재신청이 들어오면 무조건 발급하라’고 판결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측은 “입국금지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것만으로 발급 거부가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측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다. 유씨 측에는 “한국 국민과 달리 재외동포에겐 입국 문제가 헌법상 기본권 침해라고 할 수 없을 텐데 의견을 밝혀달라”고 했다. “유씨가 입국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도 물었다. 정부 측에는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게 비자 발급 거부 사유인데, 대한민국 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외교관계 4개 중 어떤 국익에 해가 된다는 건지 명확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씨의 비자 발급을 둘러싼 두 번째 변론기일은 오는 8월 26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