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 보여주나 했더니… 훈훈하게 끝난 문 대통령·초선 간담회

입력
2021.06.03 18:30
5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3일 청와대에서 만났다. 민주당 전체 의원 174명 중 81명이나 돼 ‘최대 계파’로도 불리는 초선 의원들은 93분간의 간담회에서 정부 정책 개선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문 대통령은 “나도 초선 의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동지의식을 느낀다”며 귀 기울였다.

그야말로 훈훈했다. 그러나 애초 기대를 모았던 '초선다운 패기'는 보이지 않았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민주당을 반으로 갈라놓은 ‘조국 사태'나 부동산 정책, 인사 문제 등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초선 의원은 거의 없었다.

文 “성과도 많았는데, 내로남불 프레임에 갇혀”

이날 간담회는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요구와 문 대통령의 흔쾌한 수용으로 성사됐다. 81명 중 68명이 참석해 열기가 뜨거웠다. 21대 국회 들어 초선 의원들이 단체로 문 대통령과 만난 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정책으로 좋은 가치를 구현하는 것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단합하고 외연을 확장할 때 지지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정권 말 당청 관계의 균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한 초선 의원은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을 열심히 폈지만 의도와 다르게 실패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며 "4ㆍ7 재ㆍ보궐선거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인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가 성과를 낸 부분도 많이 있는데 내로남불, 위선, 오만 프레임에 갇혀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잘한 것은 자신감 있게 잘했다고 이야기하자”고 말했다고 다른 참석자가 전했다.

의원 1인당 발언 평균 3분… 불편한 현안 언급 없었다

시간 제약 때문에 의원 중에선 11명만 마이크를 잡았다. 모임 간사인 고영인 의원은 “비상한 시기에 재정당국이 곳간을 걸어 잠그는 데만 신경 쓰지 않도록 대통령께서 힘써 달라”고 했다. 이탄희 의원도 “지금은 전시 재정을 편성하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일자리와 주거 책임제, 국가균형발전, 군 장병 처우 개선, 백신 휴가, 소상공인 피해보상 등 정책 건의가 주로 나왔다.

그러나 4ㆍ7 재보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된 부동산 정책 실패나 조국 사태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관련 의견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탄희 의원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지금은 ‘원팀’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견을 장려하는 쪽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건의한 것이 가장 ‘센 발언’으로 꼽혔다.

고영인 의원은 간담회 브리핑에서 조국 사태 등이 화제에 오르지 않은 데 대해 “그걸 문 대통령에게 질문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였던 데다, 의원 한 명당 발언 시간이 평균 3분 정도로 짧았기 때문에 민감한 현안을 꺼내기 어려웠다고 참석 의원들은 전했다. 그럼에도 간담회가 끝나고 약 20분에 걸쳐 문 대통령과 의원들이 개별 사진 촬영을 했다는 점에서 ‘결국 사진찍기용 이벤트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68명 민주당 초선의 목소리는 그나마 쓴소리를 했던 송영길 대표 한 명의 목소리보다 작을 지경”이라고 힐난했다.

이서희 기자
조소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