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랩케이크·토종닭으로 융숭하게... 4대 그룹 대표 대접한 문 대통령

입력
2021.06.02 21:30


문재인 대통령이 4대 그룹 대표들을 초청해 이례적으로 융숭하게 대접했다. 문 대통령은 2일 최태원 SK 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을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 발표 등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준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그 고마움의 무게는 이날 오찬 메뉴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청와대는 외부 인사 초청 행사 시 메뉴 하나하나에 특별한 의미를 담는 것으로 유명한데, 전채요리로 크랩케이크가 밀전병과 함께 나온 것이다. 크랩케이크는 한미정상회담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대접한 요리다. 스가 일본 총리와의 햄버거 오찬과 비교되면서 일본 내에서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청와대의 크랩케이크에는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4대 그룸 대표와 공유하고자 한 의도가 엿보인다.

크랩케이크에 이어 대추 밤죽이 나왔고, 한우갈비가 뒤를 이었다. 민어간장구이와 더운 채소 다음엔 홍복닭 온반이 나왔는데, 홍복닭은 홍삼과 복분자로 키운 토종닭을 뜻한다. 예로부터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앞마당에서 키우던 토종닭을 잡아 대접하는 게 우리 인심이었다. 후식으로 나온 차와 과일까지, 이날 오찬에 나온 메뉴의 종류와 개수만 따져 보더라도 여타 행사에 비해 이례적으로 풍성했다.

문 대통령은 식사를 마친 뒤 4대 그룹 대표들에게 “메뉴 좋은 것이 나와서 자주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찬은 요리뿐 아니라 대통령의 '립서비스'마저 극진했다.

청와대는 오찬과 더불어 그룹 대표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다. 과거 문 대통령이 참석한 기업 관련 행사에서 대표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 액자를 비롯해,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 수소차에 부착했던 번호판,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된 기후정상회의용 상춘재 사진 액자 등 뜻깊은 선물이 전달됐다.

이날 오찬간담회가 열린 상춘재 또한 특별한 공간이다. 상춘재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목조건물을 철거하고 1983년 새로 건립한 목조 한옥으로, 주로 외국 정상 등 최상의 예우가 필요한 국빈을 접견하거나 오찬을 하는 장소로 활용된다. 문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단 대신 4대 그룹 대표들만 '콕 찍어' 오찬간담회에 초청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초청 자체가 최고의 대우였던 셈이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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