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의 계절을 겨냥한 뱀파이어 뮤지컬이 속속 관객 맞이에 나섰다. 최근 개막한 '드라큘라'와 '마마, 돈크라이'는 각각 미국 브로드웨이와 국산 뮤지컬을 대표하는 뱀파이어 콘텐츠들이다. 출연 배우와 무대, 연출 등 모든 면에서 두 작품은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드라큘라'(8월 1일까지)는 2014년 초연 이후 올해가 네 번째 시즌이다.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답게 웅장한 무대가 돋보인다. 드라큘라의 고성, 런던의 저택, 지하묘지 등 4개의 세트가 턴테이블처럼 회전하며 장면을 전환한다. 무대 세트에 영상화면을 비추는 '미디어 파사드' 기법을 활용하는 등 최신 기술도 눈에 띈다.
연출 못지 않게 출연진 면면도 화려하다. 주인공 드라큘라 역에는 배우 김준수, 전동석, 신성록이 캐스팅됐다. 일찍이 검증이 끝난 배우들로, 이들은 각각 이름과 드라큘라를 합쳐 만든 별명 '샤큘' '동큘' '록큘' 등으로 불리며 확고한 팬덤을 구축 중이다.
'드라큘라'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를 원작으로 고증하는 데 충실한 편이다. 줄거리와 캐릭터 심리를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서늘하면서도 웅장한 음악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지난달 27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첫 공연한 '마마, 돈크라이'(8월 22일까지)는 2010년 초연된 유서 깊은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해 10주년 공연을 준비했으나 코로나19로 취소되면서 올해 '10+1'주년이라는 이름으로 개막했다.
중소극장 뮤지컬이어서 무대가 압축적이다. 게다가 '마마, 돈크라이'는 2인극 형태를 취하고 있어 연극적 요소가 강하다. 앙상블 배우가 없기 때문에 관객의 눈길은 주인공 2명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극에서는 인물 심리묘사가 도드라진다.
'마마, 돈크라이'는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천재 물리학자와 드라큘라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원작 드라큘라 이야기의 '스핀오프(파생작)'쯤 되는 셈이다. 드라큘라의 흡혈과 사건이 중심이 되는 스릴러라기보다는, 인간의 욕망과 후회를 그린 심리극에 가깝다.
작품 성격은 다르지만 두 뮤지컬 속 드라큘라들은 같은 지점에서 고민한다. 영원한 삶의 덧없음이다. 하루하루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날카로운 송곳니와 같은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