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의장, 러시아·체코 방문 마치고 귀국… '30년 우호' 다졌다

입력
2021.05.30 10:00

박병석 국회의장이 7박 9일간의 러시아ㆍ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29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박 의장은 이번 순방에서 러시아 카운터파트인 상ㆍ하원의장과 밀로시 제만 대통령을 비롯한 체코 의전서열 1~4위 인사들을 만나 회담했다. 러시아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협력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머리를 맞대고, 체코에서는 원전 ‘세일즈 외교’에 힘을 쏟았다.

박 의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러시아를 찾은 첫 외국 국회의장이다. 체코 방문 역시 비(非) 유럽연합(EU) 국가의 고위 인사 가운데 처음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러시아ㆍ체코와 수교 30주년이란 뜻깊은 해를 맞았지만, 코로나19 탓에 제대로 기념하지 못한 채 넘어갔다. 그런 가운데 박 의장의 이번 순방으로 두 나라와의 우호 관계를 다시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북국회회담 주선을" 제안... 대화 재개 불씨 살렸다

박 의장은 22일부터 26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았다. 박 의장은 24일 자신을 공식 초청한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기술 공동개발을 제안했다. 또 동북아 방역 공동체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남북국회회담을 주선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북한의 참여 문제는 한미 간 조율이 완전히 끝난 지금이 적기이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북한에 들려달라”는 박 의장의 말에, 볼로딘 의장은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고려해보겠다”고 화답했다. 회담 성사 가능성이 한층 커진 셈이다.

박 의장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발렌티나 이바노브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과도 회담했다. 박 의장은 다음 달 16일 열리는 미러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의제로 다루고, 특히 한국의 입장을 존중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마트비옌코 의장은 “푸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면 무조건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 협상 프로세스가 재개돼야 한다”고 확인했다.


'원전 세일즈' 자처한 박 의장 "체코가 신뢰한단 인상 받아"

26일부터 29일까지는 체코를 방문했다. 박 의장에게 이번 체코 순방은 특별했다. 국회부의장 자격으로 체코를 찾았던 8년 전과 정확히 같은 날짜에 다시 방문하게 돼서다. 박 의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한국과 체코를 잇는 직항 항공편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경유편을 이용해 찾았을 만큼 이번 방문에 각별한 관심을 뒀다고 한다.

박 의장은 순방 동안 우리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두코바니 원전 사업 수주에 힘을 보탰다. 이틀간 제만 대통령을 비롯한 체코 의전서열 1~4위 인사를 모두 만나 회담하는 강행군을 소화하면서다. 그는 체코의 핵심 인사들에게 “한국은 원전 시공, 운영, 원가, 공기 면에서 어느 나라와도 경쟁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적극 홍보하며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임을 각인시켰다.

박 의장은 28일 밀로시 비스트르칠 상원의장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체코 측이 한국을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소회를 밝혔다. 또 “양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아주 높은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집단 면역이 형성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중단됐던 직항을 재개하고, 비자면제협정 회복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프라하= 이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