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LTV 규제완화 무용론...현금  없는 서민만 '한숨'

입력
2021.05.28 20:30
LTV 대출 한도 4억 원 제한 둬 규제 완화 효과 미미
9억 원 주택 매수 시 대출금액 종전 3억6,000만 원에서 고작 4,000만 원 올라
실수요자는 "생색내기" "조삼모사" 반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무주택자와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대출 규제를 일부 풀어주기로 했지만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수준이 올라가더라도 실상 늘어나는 대출금액은 고작 몇천만 원에 불과해, 평균 아파트값이 9억 원을 넘는 서울에서 서민이 집 사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무주택자의 LTV 우대폭은 조정대상지역 기준으로 종전 60%에서 70%로 상향된다. 투기과열지구는 50%에서 60%로 조정된다. 주택가격 기준도 투기과열지구는 6억 원에서 9억 원, 조정대상지역은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오른다. 소득기준은 부부합산 8,000만 원에서 9,000만 원, 생애최초는 9,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높아진다.

민주당의 개선안대로라면 전국 다수의 실수요자가 주택 매수 부담을 던다. 투기과열지구에서 6억5,000만 원 아파트를 구매할 때 종전에는 LTV 40%를 적용받아 2억6,000만 원을 대출받았지만 앞으로는 1억2,500만 원 늘어난 3억8,500만 원을 받게 된다. 6억 원까지는 LTV 60%(3억6,000만 원), 초과분 5,000만 원에 대해서는 50%(2,500만 원) 적용을 받아서다.

하지만 문제는 6억~7억 원대 아파트를 집값이 급등한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2월에 벌써 9억 원을 넘겼다. 민간 KB국민은행 통계로는 4월 기준 11억 원대를 찍었다.

LTV 대상 주택가격을 9억 원까지 올리더라도 개선안 효과는 미미하다. 계산대로라면 9억 원 아파트 매수 시 LTV 60%인 3억6,000만 원, 초과분 3억 원의 50%인 1억5,000만 원 총 5억1,000만 원이 나와야 하지만 대출 한도로 인해 4억 원으로 제한된다. 종전 LTV 40%를 적용받았을 때(3억6,000만 원)와 불과 4,000만 원 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의 개선안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게 무슨 완화인지 모르겠다” “결국 별 차이 없는 조삼모사다” “현금 많은 사람들만 집 살 수 있다” 등의 불만 글이 쏟아졌다.

서울 빌라에서 전세로 살며 아파트 매수를 고민하고 있는 신혼부부 A씨는 “LTV 비율을 고려해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기존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답답하다”며 “지금 서울 집은 현금 부자가 아니면 살기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맞벌이를 하는 B씨는 “부부 연봉 합산 8,900만 원은 LTV 우대 혜택을 받아 60%, 9,100만 원인 우리는 혜택 못 받아 40%”라며 “200만 원 차이로 혜택을 못 받는 것에 너무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LTV 규제 완화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출규제 한도 등을 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의 물가 수준에서는 개선안이 부족해 보인다”고 평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집값이 너무 올라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며 더 큰 폭의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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