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원 시신 탈취' 가담 경찰관들 2심도 집유

입력
2021.05.27 16:25
故염호석씨 노조장 막으려 장례절차 부당개입 
"금품 수수하는 등 죄질 무겁다" 1심 형량 유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이었던 고(故) 염호석씨의 노조장(葬)을 막기 위해 염씨 시신을 빼돌리고 삼성에서 뒷돈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경찰관 2명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최수환)는 27일 부정처사후수뢰 등 혐의로 기소된 경남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을 지낸 하모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양산경찰서 정보계장이었던 김모씨에게도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1심 형량이 유지됐다.

하씨 등은 2014년 5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설립해 사측에 교섭 체결을 요구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씨의 장례 과정에 부당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노동계의 대규모 집회 개최를 우려한 삼성 측에서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을 치르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두 사람은 염씨 시신 운구를 위해 허위로 112신고를 해 관할 경찰서가 장례식장에 경력을 투입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시신을 빼돌린 대가로 삼성 측으로부터 수고비 1,000만원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하씨와 김씨에 대해 "권한을 남용하거나 직위를 이용해 삼성전자서비스의 편향된 이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직무권한을 행사했고, 금품을 수수하는 등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처음부터 뇌물수수를 목적으로 부정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 점 등 유리한 정상도 함께 고려했다"고 1심 형량을 유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씨 등의 범행은 지난 2018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관련 미국 소송 비용 대납'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을 벌이던 중 관련 자료를 확보하면서 발각됐다. 김씨는 "검찰이 별개 사건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자료로써 수사에 착수해 위법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다른 증거들과 항소심에서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부정처사후수뢰죄가 넉넉히 인정돼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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