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포효하는 사자’ 로고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MGM을 9조원에 인수한다. 회사의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프라임 비디오’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 장악을 위해 띄운 승부수다. 최근 미국 통신사 AT&T가 디스커버리와 손 잡은 데 이어 아마존까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OTT 시장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 CNBC방송에 따르면 아마존은 84억5,000만달러(9조5,000억원)에 MGM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2017년 미 최대 유기농 식품 체인 홀푸드마켓을 137억달러에 사들인 데 이은 아마존 두 번째 규모의 빅딜이다. ‘007 시리즈’를 비롯해 ‘벤허’ ‘매드맥스’ 등 영화 4,000여편 판권을 소유한 MGM은 무성영화 시대인 1924년 설립됐다. 1997년 법인이 만들어져 이제 겨우 27세가 된 아마존이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닌 영화 제작사를 사들인 이유는 분명하다. 질 좋은 콘텐츠를 확보해 최근 밀고 있는 ‘프라임 비디오’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10년 전인 2011년 해당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재 회원이 2억명에 달하지만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업계 선두 넷플릭스에 다소 밀려있다. 프라임 비디오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로 1위 넷플릭스(22%)에 2%포인트 뒤쳐졌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인수 발표 직후 주주들과의 통화에서 “MGM은 방대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양사의 재능 있는 인력들이 만나면 지적재산권 재구성과 개발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공격적 투자로 OTT 업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통 미디어의 퇴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맞물리면서 영화 산업은 직격탄을 맞은 반면 OTT 시장은 몸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해 디즈니(디즈니+)와 HBO(HBO 맥스)까지 OTT 시장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워너미디어를 갖고 있는 통신사 AT&T가 ‘다큐멘터리 제왕’ 디스커버리와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NBC방송과 영화 제작사 유니버설스튜디오를 보유한 컴캐스트도 CBS방송과 파라마운트스튜디오를 거느린 비아콤CBS와 합병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미디어 공룡간 합종연횡은 숨가쁘게 이뤄지고 있다. CNBC는 “이번 합병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OTT 시장에서 아마존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MGM 가치가 과대 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 측은 보유 콘텐츠 가치를 100억달러(11조2,000억원)로 책정했지만, ‘오즈의 마법사’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1986년 이전에 제작한 유명 영화 판권은 이미 워너브라더스 등 다른 영화사에 팔렸다. 현재 MGM 제작 영화 중 가장 유명한 007시리즈도 판권의 50%만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아마존에 앞서 MGM 인수를 검토했던 애플도 인수가를 60억달러(6조7,000억원)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