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도 못 피해가는 불매운동... 소비자는 '진심'을 원한다

입력
2021.05.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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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리스크’ 테슬라, 글로벌 불매운동 타깃 돼
BLM이 휩쓸고 간 미국 유통시장

불매운동은 글로벌 기업들도 피해가지 못한다. 올해 1분기 세계 전기차 시장 판매량 1위를 달성한 테슬라는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변덕스러운 발언으로 ‘글로벌 불매운동’의 타깃이 돼 2분기 이후 실적을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머스크 입이 부른 '돈트 바이 테슬라'

머스크는 지난 2월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사들였고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결제를 할 수 있다”고 해 비트코인 가격 급등을 이끌었다. 그러나 다시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리며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도지코인을 띄우는 글을 올려 도지코인 가격을 30% 넘게 올린 머스크는 며칠 지나지 않아 미국의 한 유명 프로그램에 나와 “도지코인은 사기"라고 발언했다. 방송 직후 도지코인은 30%가량 폭락하며 출렁였다.

가상화폐 시세를 쥐락펴락하는 머스크에 대한 비난은 결국 테슬라 차량의 판매 감소와 글로벌 불매 운동으로 번졌다. 온라인에는 테슬라 차 불매를 촉구하는 ‘돈트 바이 테슬라(Don't Buy Tesla)’ 해시태그가 등장했고 테슬라 주가는 하락세다. 얼마 전 미국 경제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테슬라 주가가 약 1년 2개월 만에 200일 이동평균선(582.60달러)을 밑돌았다고 보도했다.

130년 버틴 브랜드도 퇴출

기업들을 떨게 만든 소비자들의 대표적인 움직임이 지난해 미국 전역에 불어닥친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다.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흑인이 숨진 사건으로 촉발된 이 운동은 금세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1020세대는 BLM을 해시태그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목소리를 높였고 ‘디지털 운동가’로 변신했다. 130년을 이어온 시럽 브랜드 ‘앤트 저미마’가 이 사건을 계기로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흑인 유모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써 왔던 브랜드였다.

페이스북이 백인우월주의나 혐오 발언을 방관한다는 이유로 스타벅스와 코카콜라 등은 페이스북에 자사 광고를 게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는 캐러멜 제품 ‘레드 스킨스(Red Skins)’와 젤리 ‘치코스(Chicos)’ 제품명을 각각 ‘레드 리퍼(Red Ripper)’와 ‘치키스(Cheekies)’로 바꿨다. 레드 스킨스는 인디언 원주민을, 치코스는 라틴 아메리카 출신을 낮춰 부르는 표현이다. 네슬레는 당시 성명을 통해 “해당 제품명은 우리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며 “또 다른 차별적 표현은 없는지 2,000여 개 자사 브랜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 바라는 건 '진정성'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기업이라고 모두 환영받는 건 아니다. 소비자들은 여론의 눈치를 보며 겉으로만 시류에 편승하는 태도를 보이는 기업에도 가차 없다.

BLM 운동을 지지한다던 스타벅스는 직원들에게 BLM 글자가 적힌 티셔츠나 액세서리 착용을 금지한다고 공지한 게 외부로 알려지자 곧바로 불매운동의 표적이 됐다. 맥도널드는 흑인 직원의 코로나19 관련 건강 관리와 유급 병가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매킨지는 “소셜미디어 사용이 일상화된 Z세대는 까다롭게 소비 대상을 선택하고 충성도도 높지 않다”며 “이들을 끌어오려면 진정성과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지연 기자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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