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구효서 지음. 한 펜션에서 생의 기운 가득한 음식을 통해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인물들의 여정을 그린다.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가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이 책에서 음식과 식물은 세상에 데인 마음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달래줄 처방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하고 서로를 채워주는 주인공들은 새로운 가족이 되어간다. 누구나 겪어야 할 만남과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해냄출판사·228쪽·1만4,500원
◇수영장 도서관
앨런 홀링허스트 지음. 전승희 옮김. 귀족 지위와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닌 주인공을 통해 20세기 영국 게이들의 잔혹사를 그린다. '아름다움의 선'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자, 서머싯몸상, 스톤월 도서상 등을 받은 작품이다. 주인공 윌은 성정체성, 사회적 지위 등 많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달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찰스를 만난다. 윌은 성소수자에 대한 낯선 폭력 앞에서 휘청이는 새로운 시간을 써내려간다. 창비·504쪽·1만6,800원
◇문명(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인간의 문명이 끝에 다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문명을 개척하려는 고양이의 여정이다. 전염병으로 수십억 명이 사망하고 테러와 전쟁이 빗발치는 배경은 코로나 시대를 연상하게 한다. 작가의 또 다른 소설 '고양이'의 주인공, 고양이 바스테트가 모험을 펼친다. 돼지, 소, 개, 비둘기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해 인간의 문명을 비판한다. 동물권 보호 차원을 넘어, 인간 중심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한다. 열린책들·각 336쪽, 352쪽·각 1만4,800원
◇영원히 빌리의 것
강태식 지음. 한겨례문학상, 황산벌청년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7편의 작품을 엮었다. 산업혁명부터 28세기까지 다양한 배경을 넘나든다. 주인공들은 모두 인생 경험이 쌓일 만큼 쌓인 사람들이다. 인생의 불확실함으로 인해 주인공들은 아픔을 느끼지만, 상처를 털어버리지 않는다. 상처는 인생의 불확실함이 남긴 흉터일 뿐이다. 회복을 강요하지 않는 일상과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순간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한겨레출판·252쪽·1만4,000원
◇물망초
요시야 노부코 지음. 정수윤 옮김. 근대 여성이 겪어야 했던 억압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 자아를 찾는 사춘기 소녀들의 이야기다. 군국주의로 접어드는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고등여학교에 다니는 세 소녀 사이의 삼각관계에 집중하며, 사랑, 우정, 질투 등을 묘사한다. 소녀들은 어느 한쪽만을 선택해 밀어붙이며 살아가는 것이 진리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자의식을 발견한다. 엄혹한 현실에 맞서기 위한 여성적 연대감을 볼 수 있다. 을유문화사·244쪽·1만2,000원
◇꼬마 종지
아사노 마스미 지음. 요시무라 메구 그림. 유하나 옮김. 그릇의 크기보다 쓰임새가 중요함을 제시한다. 다다씨네 찬장 속 그릇들은 자신에게 담긴 음식을 살짝 맛보는 게 낙이다. 주인공 꼬마 종지는 작다는 이유로 간장, 식초 등 양념만 맛보며 좌절한다. 하지만 다다씨의 부인이 꼬마 종지를 맛보기 그릇으로 쓰면서, 꼬마 종지는 음식을 더 맛있게 완성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작거나 어리다는 이유로 무엇이든 경험할 수 없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곰세마리·32쪽·1만2,000원
◇달님, 왜 따라와요?
이루리 글. 송은실 그림. 달에 대한 궁금증을 다룬다. 베네치아에 살고 있는 단짝친구 두두와 코코가 주인공이다. 항상 붙어 있고 싶은 두 친구는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두두의 머리 위에는 항상 달님이 있다. 왜 달님은 두두를 쫓아오는 것인지 두두는 계속 묻지만, 달님은 두두를 따라오는 게 아니라고 답할 뿐이다. 달님과 두 친구의 만담을 통해 그 궁금증을 풀어낸다. 북극곰·44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