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발 뻔한데도... 文, 공동성명에 '대만해협' 명기한 3가지 이유

입력
2021.05.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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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중국 측의 불만이 직간접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해협·남중국해·쿼드(Quad) 등 미중 갈등의 뇌관으로 꼽히는 의제들이 대부분 담기면서 예상된 바다.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중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미중 간 균형 외교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의 반발을 감수하고 미국에 보다 코드를 맞춘 배경은 무엇일까.

①미일 공동성명 비해 '수위 조절'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동참 요구는 회담 전부터 예상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가치와 동맹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왔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은 이 같은 전략을 구체화한 첫 사례였다. 미일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에는 대만해협뿐 아니라 홍콩·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를 조목조목 거론하면서 그 대상이 '중국'임을 명시했다.

동맹관계를 중국 견제를 위한 주요 무기로 사용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분명해진 것이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발표될 한미 공동성명이 미일 때보다 수위가 낮아야 한다는 내부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 등의 문구를 명기했지만 중국을 적시하지 않은 배경이다. 중국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의 결과로 볼 수 있다.

②'북핵-中 압박' 교환에 한미 공감대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북핵 협상 재개를 위한 문 대통령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우리 정부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물론 남북 판문점 선언을 공동성명에 포함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임기 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것이자 향후 북미대화를 위한 협상에서 우리가 소외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북핵 문제에서 우리 요구를 관철시킨 것에 따른 반대급부로 미국의 중국 견제 동참 압박을 일정 부분 수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전직 고위 외교 관료는 "정상회담 전부터 미국은 '중국 압박'을, 한국은 '대북 유연성'을 상대에게 요구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했다"며 "미국으로선 판문점선언을 대만해협 명기를 위한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③불투명한 시진핑 방한보다 눈앞의 바이든

중국의 반발 강도가 한중관계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4일 KBS 인터뷰에서 "(공동성명의 대만 해협에 대한 언급은) 매우 일반적인 표현"이라면서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과 양안관계를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원칙은 같은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견제 등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원론적 수준의 언급이었다는 주장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태 당시 급상승한 한국 내 반중 여론을 의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6년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은 대대적 경제 보복으로 대응했다. 오히려 이는 국내 반중 여론을 불렀다. 한국 길들이기에 나섰다 한미동맹 중시 여론을 키운 오판을 반복하기 않으려 한국에 대한 맞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얘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한과도 무관치 않다. 정부는 지난해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을 요청했으나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확답을 미루고 있다. 정부로서는 불투명한 시 주석 방한보다 눈앞의 바이든 행정부와의 회담이 더 큰 호재였던 셈이다.


조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