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 띄운 윤석열·김동연... 다른 듯 닮은 '공통점 셋'

입력
2021.05.20 10:10
N면


"꿈틀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다." 지난해 7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나란히 '대권 꿈틀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킹메이커'인 김 전 위원장이 보기에 야권 대선 후보의 조건을 갖췄다는 의미였다.

러브콜은 진행형이다. 김 전 위원장은 "별의 순간을 잡았다"며 윤 전 총장을 띄워 줬고, 김 전 부총리를 향해선 "경제대통령이 될 수 있다"며 '윤석열 라이벌' 반열에 올렸다.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이 김 전 위원장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뭘까.

①9수 오뚝이 vs 흙수저 신화

윤 전 총장과 김 전 부총리는 '스토리'를 풍성하게 지녔다.

윤 전 총장은 9번의 도전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떨쳤지만, 좌천도 거듭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탄탄대로만 달린 '엘리트 법조인'과 거리가 먼 것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부총리는 서울 청계천 무허가 판자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자수성가했다. 야간대학을 다니며 입법·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했고, 명문대 출신 엘리트 집합소인 기획재정부에서 승승장구해 부총리까지 올랐다.


②특수통 검사 vs 경제 전문가

두 사람 모두 정치 분야에선 신인이다. 윤 전 총장은 27년간 검찰에서, 김 전 부총리는 33년간 경제 부처에서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았다. 윤 전 총장은 '정의'가, 김 전 부총리는 '경제'가 특기인 셈이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들어 '경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해 "정치는 8할이 경제"라며 '경제를 아는 40대 대망론'을 설파한 데 이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가 '경제대통령'으로 나올 수 있다"고 호출했다.


③'충청 대망론'의 주인공

정치권엔 "충청 민심을 얻어야 대권을 잡는다"는 말이 있다. 1992년부터 2017년 대선까지 충청 지역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한 후보가 청와대에 입성했다.

윤 전 총장과 김 전 부총리는 모두 '충청 주자'로 분류된다. 김 전 부총리는 충북 음성군 태생으로, 행정고시 합격 후 충북도청 근무를 자원해 고향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교수의 고향이 충남 공주라 역시 충청 대망론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윤석열·김동연 모두 잠행 중

대권에 더 가깝게 다가가 있는 건 윤 전 총장이다. 올해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이후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선두를 지키고 있다. 대권을 향한 행보는 조용하지만 거침없다. 정치권, 언론과의 접촉은 최소화하지만, '열공 모드'로 각 분야 인사들을 만나는 중이다. 17일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혼자 찾아 '반도체 열공'을 했다.

김 전 부총리는 2018년 12월 퇴임 후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치 밀착' 발언이 잦아지는 것은 대권 도전을 결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17일 경기 지역 청년 대상 강연에선 "단임 대통령제를 비롯해 청와대에 일임된 권력 체계를 바꿔야 한다"며 정치 개혁을 강조했다. 인지도는 저조해 '발견되지 않은 우량주'로 불린다.


김종인 손잡을까?… 등판은 '미정'

관심은 두 사람이 언제, 어떻게 등판하느냐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당대표가 정해지고 야권 대선 플랫폼이 구체화되는 6, 7월 이후를 디데이로 본다.

두 사람이 누구와 손잡을지는 미지수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함께 제3지대에서 새로운 세력을 도모할지, 국민의힘에서 야권 주자로 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낸 김 전 부총리는 여권과도 끈이 닿아 있다. 그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라는 제안을 거절했다.

김지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