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다." 지난해 7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나란히 '대권 꿈틀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킹메이커'인 김 전 위원장이 보기에 야권 대선 후보의 조건을 갖췄다는 의미였다.
러브콜은 진행형이다. 김 전 위원장은 "별의 순간을 잡았다"며 윤 전 총장을 띄워 줬고, 김 전 부총리를 향해선 "경제대통령이 될 수 있다"며 '윤석열 라이벌' 반열에 올렸다.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이 김 전 위원장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뭘까.
윤 전 총장과 김 전 부총리는 '스토리'를 풍성하게 지녔다.
윤 전 총장은 9번의 도전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떨쳤지만, 좌천도 거듭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탄탄대로만 달린 '엘리트 법조인'과 거리가 먼 것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부총리는 서울 청계천 무허가 판자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자수성가했다. 야간대학을 다니며 입법·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했고, 명문대 출신 엘리트 집합소인 기획재정부에서 승승장구해 부총리까지 올랐다.
두 사람 모두 정치 분야에선 신인이다. 윤 전 총장은 27년간 검찰에서, 김 전 부총리는 33년간 경제 부처에서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았다. 윤 전 총장은 '정의'가, 김 전 부총리는 '경제'가 특기인 셈이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들어 '경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해 "정치는 8할이 경제"라며 '경제를 아는 40대 대망론'을 설파한 데 이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가 '경제대통령'으로 나올 수 있다"고 호출했다.
정치권엔 "충청 민심을 얻어야 대권을 잡는다"는 말이 있다. 1992년부터 2017년 대선까지 충청 지역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한 후보가 청와대에 입성했다.
윤 전 총장과 김 전 부총리는 모두 '충청 주자'로 분류된다. 김 전 부총리는 충북 음성군 태생으로, 행정고시 합격 후 충북도청 근무를 자원해 고향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교수의 고향이 충남 공주라 역시 충청 대망론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대권에 더 가깝게 다가가 있는 건 윤 전 총장이다. 올해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이후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선두를 지키고 있다. 대권을 향한 행보는 조용하지만 거침없다. 정치권, 언론과의 접촉은 최소화하지만, '열공 모드'로 각 분야 인사들을 만나는 중이다. 17일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혼자 찾아 '반도체 열공'을 했다.
김 전 부총리는 2018년 12월 퇴임 후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치 밀착' 발언이 잦아지는 것은 대권 도전을 결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17일 경기 지역 청년 대상 강연에선 "단임 대통령제를 비롯해 청와대에 일임된 권력 체계를 바꿔야 한다"며 정치 개혁을 강조했다. 인지도는 저조해 '발견되지 않은 우량주'로 불린다.
관심은 두 사람이 언제, 어떻게 등판하느냐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당대표가 정해지고 야권 대선 플랫폼이 구체화되는 6, 7월 이후를 디데이로 본다.
두 사람이 누구와 손잡을지는 미지수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함께 제3지대에서 새로운 세력을 도모할지, 국민의힘에서 야권 주자로 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낸 김 전 부총리는 여권과도 끈이 닿아 있다. 그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라는 제안을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