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으면 선물 드려요" 전 세계 각양각색 인센티브 추진

입력
2021.05.19 13:00
보건 당국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센티브 검토 중"
미국, 복권 및 현금 등으로 백신 접종 장려
월마트·코스트코 백신 맞으면 마스크 벗고 출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가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백신 복권 등이 준비돼 있고, 우리나라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 "1차 접종자 인센티브도 고려 중"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7일 백브리핑에서 접종자 인센티브 부여 방안과 관련해 "방역수칙 제한·조정은 대부분 '완전 접종' 개념인 2차 접종을 마친 자를 기준으로 한다"면서도 "일부 1차 접종자에게 이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함께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손 반장은 "본격적으로 인센티브를 고려하기엔 접종 개시 단계인 우리나라에서 접종자 수가 많지 않다"며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고, 접종 진행 상황에 맞게 (접종자에 대한) 방역수칙 예외 조항을 검토해야 하므로 하나씩 확정될 때마다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도 "(접종 완료자 대상) 모임 (인원 제한) 면제, 실내 마스크 착용 (예외) 등 외국에서 논의되는 부분은 백신접종이 상당히 진전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접종률을 높이고 확진자 수를 떨어뜨리는 추세를 보고 이런 (인센티브를)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WHO, 긴급 승인 백신 접종자에도 '입국 후 자가격리 면제' 검토"

일례로 우리 정부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사용 승인을 내린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 대해서는 입국 후 자가격리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나라에서 승인된 백신과 함께 WHO에서 긴급사용승인을 한 백신까지 (자가격리 면제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특정 국가에서 승인된 백신만 허용할 경우에는 상당히 범위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방대본에 따르면 현재 WHO의 긴급사용 승인 허가를 받은 백신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 4종에 최근 추가된 중국 시노팜 백신까지 총 5종입니다.

미국 월마트 "백신 접종 완료하면 마스크 안 써도 돼"

이미 해외의 경우 백신 접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14일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와 자회사인 회원제 창고형 할인업체 샘스클럽은 이날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직원에게 보낸 메모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고객은 주(州)법 등에 의해 요구되지 않는 한 매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백신 접종을 끝낸 직원은 18일부터 매장과 사무실, 기타 시설에서 근무할 때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월마트는 더 많은 직원이 백신 접종을 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노력으로 현금 인센티브와 마스크 없이 일할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월마트와 샘스클럽 CEO는 이 메모에서 "백신을 맞지 않은 고객과 구성원에 대해 매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계속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코스트코(COSTCO)도 같은 날 마스크 착용 규정이 없는 지역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구성원과 고객에 대해 마스크나 안면 보호대 없이 입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약국과 광학, 보청기 등 의료 부문에서는 얼굴을 가려야 합니다.

미국 일부 주 "백신 맞으면 100만 달러 받을 수 있어"

인센티브로 복권과 현금까지 나왔습니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주지사는 12일 연설에서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해 당첨자에게 현금 1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추첨은 오하이오주 복권 당국이 맡기로 했으며, 26일부터 수요일마다 5주 동안 진행됩니다. 17세 이하 접종자는 현금 대신 수업료, 기숙사 비용, 책값 등을 포함한 4년 치 장학금을 받게 됩니다.

드와인 주지사는 다음 달 2일부터 코로나19 방역지침을 크게 완화하기로 했는데, 이를 위해 백신 접종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백신 복권' 정책을 시행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다음 달 2일부터 오하이오주는 요양 시설을 제외한 곳에서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모두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사업체·점포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됩니다.

AP에 따르면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오하이오 주민은 420만 명으로 주 전체 인구의 36%에 해당하지만, 최근 백신 접종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앞서 웨스트버지니아주는 16∼35세 백신 접종자에게 100달러(약 11만3,000원)짜리 예금증서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코네티컷주는 이달 말까지 백신을 맞은 주민들이 식당에서 식사할 때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는 백신 접종자를 데려온 주민에게 50달러(약 5만6,000원)짜리 현금카드를 줍니다.

일부에서는 백신 복권이 예산을 낭비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에밀리아 사이크스 주하원의원은 "코로나19 경기부양 예산을 추첨에 사용하는 것은 돈 낭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드와인 주지사는 "진짜 낭비는 백신이 충분히 있음에도 인명 피해가 나오는 것"이라며 받아쳤습니다.

이 외에도 미국은 우버, 리프트와 손잡고 백신 접종을 받으러 가는 이들에게 한시적으로 무료 탑승권을 제공합니다.

"백신 맞으면 여행할 수 있다"

유럽 등 미국 외에서도 백신 인센티브 움직임은 활발합니다. 트래블버블(Travel Bubble·비격리 여행 권역)이 대표적입니다. 일부 지역들은 백신 여권만 있으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실제로 현재 영국·이스라엘 사람들은 백신을 많이 맞아서 몇몇 나라에서 "와도 된다"는 러브콜을 받는 중이에요.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는 5월부터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영국인을 대상으로 입국 후 격리와 코로나19 검사를 면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포르투갈의 리타 마르케스 관광장관도 "영국 여행객들을 5월부터 맞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고요.

이스라엘의 경우 그리스와 사이프러스 등 유럽연합(EU) 국가와 시험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데렐라·투명인간 등 인센티브 적극 도입해야"

이 외에도 다양한 인센티브들이 있는데요. 김현철 홍콩 과학기술대 경제학과·미국 코넬대 정책학과 교수는 1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제시한 '신데렐라 인센티브'와 '투명인간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그는 "신데렐라 인센티브는 오후 10시에 (진행되는) 영업 제한 등을 면제해주는 것"이라며 "현재 5명 이상 동시 입장 제한 등에 대해서 백신 맞은 사람들은 인원 제한을 두지 말자는 것이 투명인간 인센티브"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금전적 인센티브는 돈을 주자는 것인데 생계 지원 프로그램에 백신 접종을 넣는 게 있고, 이걸 조건부 현금 급여라고 한다"며 "비금전적 인센티브는 여행 후 자가격리 면제 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전적 인센티브와 관련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100억 원 정도 준다면 예를 들어 다섯 달이면 예산이 2,000억 원 정도가 들어간다"면서 "이걸 코로나19 백신 맞은 이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우리나라 5분의 2 인구가 다섯 달 안에 맞는다고 가정한다면 1만 원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100억 원을 받고 진짜 좋아진 분들을 보여주면 많은 이들이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을까"라고 내다봤습니다.

연예인들이 SNS 통해 홍보하면 효과 클 것

그러면서 '독려효과'의 필요성도 주장했습니다. 그는 "남이 맞는 걸 봐야지 내가 맞게 된다"며 "(백신을 맞았다는 표시로) 배지를 달거나 연예인들이 1,000명 정도 맞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극 홍보해준다면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차에 스티커를 붙이는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하자"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유명인들이 백신 접종 독려를 위해 두 팔을 걷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가수 시아라와 남편인 미국프로풋볼(NFL) 선수인 러셀 윌슨은 코로나19 백신 관련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이날 NBC의 1시간짜리 백신 캠페인 방송 '당신의 소매를 걷어 올려라'에 출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방송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신 접종이 "우리가 보고 있는 새로운 변이를 포함해 코로나19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만약 여러분이 완전히 백신 접종을 마쳤다면 고맙다"며 "백신을 맞을 예정이라면 반드시 끝까지 하라"고 덧붙였습니다.

손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