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이 고민에 빠졌다. 전당대회 '1부 리그' 격인 당대표 선거는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2부 리그' 격인 최고위원 선거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어서다. 당대표 선거에 중진은 물론 초선과 원외 주자까지 10여 명의 도전이 이어지면서 사상 첫 예비경선(컷오프) 도입까지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17일까지 국민의힘에선 주호영·조경태(이상 5선), 홍문표(4선), 윤영석·조해진(이상 3선), 김웅·김은혜(이상 초선) 의원이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원외에서는 나경원(4선) 전 의원이 사실상 출마 결심을 굳혔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측근들에게 오늘 출마 결심을 알렸다"며 "20, 21일쯤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외인 신상진 전 의원도 출마를 선언했고,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조만간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남성과 5060세대가 주류를 형성했던 국민의힘에서 '여성 초선'과 '30대 원외' 주자까지 당권 도전에 나서는 일은 파격으로 통한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대표는 조직을 관리하고 선거 전략을 수립해야 해 고도의 정무적 감각이 필요한 자리라 보통 중진급들이 맡아 왔다"며 "통상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던지던 초·재선들까지 당권 도전에 나서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21대 국회 들어 변한 당내 역학구도가 이런 모습을 만들어낸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같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어, 사실상의 계파 정치가 사라졌다. 개별 인사들의 소신에 따른 도전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101명의 의원 중 56명에 달할 정도로 초선 의원들이 많아지면서 선수에 따른 연공서열을 중시하던 문화도 많이 옅어지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불러온 '쇄신 바람'의 영향도 크다. 4·7 재·보궐선거 승리의 원동력이 된 쇄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새 얼굴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당대회가 비대면 선거 방식으로 치러지는 점도 당대표 도전 문턱을 낮춘 이유다. 과거 전당대회는 체육관에서 당권 주자와 지지 당원들의 세대결 양상으로 펼쳐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체육관 전대'나 '지역별 현장 합동연설회' 등이 어려워져 조직표의 위력이 줄어들었다. 한 당권 주자는 "언택트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온라인 소통"이라며 "정치 경험이나 선거자금이 많지 않아도 전략적 선거운동이 가능한 선거"라고 말했다.
당권 경쟁이 불붙은 것과 달리 최고위원 선거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원내에선 이날까지 초선인 배현진 의원만 출마를 확정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이 "최고위원도 모두 중요한 역할"이라며 당에 관심을 촉구할 정도다. 텃밭인 대구 지역 의원들은 최고위원 출마를 서로 독려하기 위해 별도의 모임까지 가졌다.
최고위원 도전자가 많지 않은 이유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목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당내 일정상 11월에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당대표와 대선 후보가 사실상 당을 이끈다. 단일지도체제에서 발언권이나 영향력도 크지 않은 최고위원들을 향한 주목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대표 혼자만의 힘으로 당이 굴러갈 순 없다"며 "최고위원 선거에도 좋은 자원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