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업계서 ‘국산화 비율 반영제’ 도입 목소리 높지만…정부, WTO 제소 우려에 전전긍긍

입력
2021.05.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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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발전 수주 조건 '연간 100
㎿ 10년 이상 납품'

국내 업체에서 해당 실적 가진 곳 전무 
"국내 업체 육성 위해 LCR 도입해야"

문재인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내 풍력업계에 ‘국산화 비율 반영제(LCR)’ 도입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LCR은 사업 발주 시 국산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업계에선 풍력발전사업의 잠재성장성에 이어진 국내 투자와 고용 창출 등을 감안하면 LCR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에선 LCR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대상 가능성에 망설이는 모양새다.

국내 풍력시장 열악...해외서도 LCR 도입

17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지멘스가메사와 베스타스 등 글로벌 기업 2곳이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사실상 과점하고 있다. 국내에선 두산중공업과 효성, 유니슨 등이 최근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실적은 열악하다. 지난해 기준 해상풍력 설치용량은 141.1메가와트(㎿)에 불과, 시장에서 수익 창출과 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여전히 미미한 상태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해외 풍력사업 수주를 위해선 보통 연간 100㎿ 규모의 설비를 10년간 납품했다는 실적이 필요하다”며 “국내 업체들은 여기에 명함도 못 내미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국내 풍력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향후 최소 3~5년 정도는 LCR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재인정부는 현재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국내에 약 4.6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 중인데, LCR 도입 없이는 고스란히 해외 기업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서다. 해외에서도 이런 사례는 확인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는 지역 내 생산된 발전터빈을 구입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대만은 해상풍력보급계획 3단계에서 단계별 자국 제품 사용을 의무화해 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풍력설비 공급기회를 얻지 못하다 보니 기술 격차가 벌어져 해외업체가 풍력터빈 12㎿급을 개발할 때 국내 업체들은 이제야 8㎿급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생산 기회를 얻지 못해 가격 경쟁력도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남동발전, 국내 최초 LCR 도입...정부, 전면 도입엔 '주저'

풍력업계에선 LCR이 일방적인 국내 산업보호 정책으로 볼 수만도 없다는 입장이다. LCR은 국내 업체의 해외 생산은 물론, 해외 기업의 국내 생산까지 모두 국산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LCR이 도입되면 해외 기업들의 국내 공장 건설과 투자 등도 촉진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발전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은 지난 1일 국내 최초로 해상풍력사업에 LCR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남동발전은 2025년까지 4GW 규모 이상의 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할 예정인데, 해당 사업의 풍력터빈 기자재 입찰 시 LCR 비율에 따라 가점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는 LCR 제도의 전면적인 도입에 대해선 미온적이다. LCR 도입이 국산품 보호정책이라며 이해 당사국들이 통상법 위반으로 WTO에 제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풍력시장이 커질 조짐이 보이자 각국 대사관에서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조치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며 “한국은 국제통상무역질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 보폭이 더 넓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풍력업계에선 최소 3~4년 정도라도 한시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WTO 제소부터 판정까지 5년 가량 시간이 소요되고 이후 패소하면 그때 조치를 철회하면 된다”며 “해당 기간이 국내 풍력산업이 육성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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