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이광재 의원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대선주자급 인사 중에서 이 부회장 사면을 요구한 건 이 의원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이날 MBN에 출연해 "개인적으로는 이 부회장이 형기를 다 마치는 게 좋다고 본다"면서도 "미중 관계에서 백신 문제와 반도체는 세계 기술 경쟁의 정점에 서 있다.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역할이 있다면,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온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이 부회장도 국민에게 더 정확히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고 사회에 기여할 부분도 찾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맞물려 여권 내 기류가 선회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당시 "여러 형평성이나 과거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결코 맘대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며 "충분히 많은 국민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사면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간 민주당에선 안규백·이원욱·양향자 의원 등이 이 회장의 사면을 주장할 때마다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어 왔다.
이 의원은 이날 "이런 얘기를 하면 또 '삼성 장학생'이라고 많은 비판이 있을 것이지만, 소신 있게 얘기하는 것이 제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대표적인 친노무현계 인사다. 삼성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